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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한겨레_작곡가 윤이상이 아내에게 쓴 절절한 사랑 편지

namhaebomnal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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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윤이상 지음/남해의봄날·2만원

“이렇게 파리가 화려한 때일수록 나는 적막하고 당신을 부르는 나의 마음이 간절하구려.” 1956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작곡가 윤이상이 아내에게 쓴 편지다. 나이 마흔에 아내와 일곱 살, 세 살 아이 둘을 남겨두고 홀로 오른 유학길. 윤이상은 일기 쓰듯 아내 이수자에게 편지를 썼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은 1956년부터 1961년까지 그렇게 쓴 편지 89통을 묶은 책이다. “신체 기능이 내리막”인 마흔에서야 서양 음악 이론을 배운다는 초조함, “지하철 표 150매를 소비해야”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셈했을 만큼 짙었던 그리움, “이곳은 돈 없으면 죽는다”고 아내에게 송금을 독촉했을 정도로 곤궁했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년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한 윤이상은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가 서베를린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음악이론, 12음 기법 등을 배운다. 이후 1958년 8월 베를린 국회의사당에서 <현악사중주 1번>을 초연한다. 윤이상은 이 공연을 두고 “생후 처음으로 맛보는 본격적인 연주이며 본격적인 청중이었다, 나는 한없이 기쁘다”고 썼다. 세계 음악계에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환희의 순간에도 아내를 잊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성북동 구들목에서 이불 둘러쓰고 만든 작품이오. 그때 당신은 내 옆에 있었고 나의 볼에 입 맞추고 가곤 하였소.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쓸 수 있었던 건 그때 내가 당신의 사랑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오.”

‘가난한 나라’에서 온 마흔의 신예 작곡가 윤이상이 세계적인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커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기사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171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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