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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경향신문_윤이상의 인간적 체취 담긴 ‘육성록’

namhaebomnal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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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에 40대 초반의 윤이상이 서 있다. 서베를린 유학 시절,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넓은 광장은 적요하다. 행인은 별로 없고 자동차 몇 대가 주차해 있다. 가난한 고국을 떠나온 유학생의 왼쪽으로 햇살이 잔뜩 기울었다. 그는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다.

젊은 시절 윤이상의 인간적 체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유학을 떠났던 1956년부터 아내 이수자와 1961년 9월 함부르크에서 재회하기 직전까지, 고국의 아내에게 보냈던 수백통 편지 가운데 89편을 추렸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1948년, 당시 부산사범학교 음악교사였던 윤이상은 국어교사였던 이수자와 1950년 1월 결혼했다. 3년 뒤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해 살다가 유학을 떠났는데, 당시 부부에게는 딸 정(6세), 아들 우경(3세)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다. 아울러 그 가족은 윤이상의 고된 유학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의 근원이었다. “나를 자나깨나 바라보고 사는 세 사람의 여섯 눈동자, 이것이 나의 눈앞에 어리고 뇌리에 박힐 때마다 내 자신의 등을 밀고 내 자신의 종아리에 채찍질하였소. 이 여섯의 맑은 눈동자는 나의 신앙이며 나의 지침. 여보, 나는 당신에게 감사하오.”

윤이상은 작곡 중인 음악에 대한 단상, 독일에서의 생활고까지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고국에 대한 향수가 읽는 이를 아프게 한다. “나의 마누라, 내가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당신과 같이 고국의 산천을 헤매고 있소.”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인식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이 책은 윤이상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육성록’이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15205000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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