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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경향신문_편지로 주고받은 ‘40년간 인생 대화’

namhaebomnal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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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영화 리뷰 기사에 등장하는 ‘스포 주의’ 경고문처럼, 이 글에서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책의 주인공, 엄밀히 말하면 편지의 주인공인 사노 요코와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모두 1930년대생이며, 이들이 살아온 시절이 현재와 퍽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목구멍이 턱턱 막히는 구절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을 바라보고 싶은 이유는 사노 요코라는 인물 때문이다. 사노는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 수필집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등 독특한 발상과 솔직함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사랑받은 작가다.

책은 사노가 작가로 데뷔하기 전인 1967년,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생이던 최 교수를 만난 뒤 이후 40여년간 그와 주고 받은 편지를 묶었다.

사노의 편지는 당시 여성의 삶과 굴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이혼 직후 더 이상 사랑받는 ‘상냥한 여성’이 될 수 없다며 좌절하고, 아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며 “여자가 아이를 낳는 한, 혹은 아이를 사랑하는 한, 남녀동권도 우먼리브(여성해방운동)도 난센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두 번의 이혼 이후 아들과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말기 암을 선고받은 후에도 끝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던 그의 삶을 기억하는 이에겐 놀라운 대목이다.

‘글쓰는 여성’ 그 존재 자체가 여성해방의 상징 같던 시절, 그 속에서 개인의 삶과 사고가 어떻게 요동쳤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적 기록으로써 가치가 있다. 거추장스러운 해석을 붙이지 않아도 사노 특유의 재치 넘치고 시니컬한 입담이 읽는 재미를 준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28204500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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