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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중앙일보_엄마 24년, 에디터 26년 … 출판계 왕언니 ‘철녀’된 비결

namhaebomnal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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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에디터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 ‘인생학교 서울’이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학교 교감을 맡아 각종 인생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나 같은 약골도 운동으로 거듭났는데 누군들 못 하겠느냐“며 운동 예찬론을 펼쳤다. [신인섭 기자]

이영미 에디터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 ‘인생학교 서울’이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학교 교감을 맡아 각종 인생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나 같은 약골도 운동으로 거듭났는데 누군들 못 하겠느냐“며 운동 예찬론을 펼쳤다. [신인섭 기자]

키 153㎝, 몸무게 47㎏. 본인 말마따나 ‘저질 체력’으로 타고난 데다 유전 탓에 30대 중반부터 고혈압약을 먹어야 했다. 운전면허 실기 시험이 무서울 만큼 겁도 많았다. 책 만드는 에디터라는 핑계로 움직이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책상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산은 올라간 적 없고 그저 바라보면 좋을 뿐이었다. 그는 고백하길 “한창 젊은 30대에 삐쩍 말라 배는 나오고 엉덩이는 펑퍼짐한 전형적인 아줌마로 변해 갔지만 회사일과 육아에 파묻혀 내 몸을 가꿀 마음의 여유도, 그럴 생각도 없이 살았다”고 했다. 

정신 노동자가 머리를 써야지 어디 몸을 쓰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그가 우리 나이 마흔에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자 “저 체구에? 말도 안 돼” “미쳤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 후로 12년. 이영미(51) 에디터는 지금도 달리고, 수영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에디터로 26년, 아내로 25년, 엄마로 24년을 살아온 그에게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트라이애슬릿 12년 경력이 추가된 것이다. 

숱한 베스트셀러를 기획하며 국내 출판계 최초로 ‘대편집자’ 직함까지 얻은 그가 최근 직접 펜을 잡았다. 운동하면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행복 비결을 공유하고 싶어서란다. 경험을 글에 담아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부제가 달린 『마녀체력』(남해의봄날)을 펴냈다. 마녀는 마흔 살 여성의 준말이었다. 그가 대한민국의 40~50대 직장맘과 전업주부들에게 어떤 얘길 들려줄지 궁금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던 그는 ‘마녀체력’의 소유자가 되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몸치 출신의 출판계 ‘왕언니’와 함께한 유쾌한 수다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나도 수없이 포기하려 했다 

질의 :원래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응답 :“필요 없는 것? 책 만드는 사람은 골골한 게 정상이고 머리만 채우면 된다 싶었다. 시인 이상이 폐결핵으로 죽은 게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자존심만 셌다. 아들 학교 운동회에서 아빠 달리기 시합에 나갔다가 나뒹구는 뚱땡이 남편을 보면서도 ‘내 그럴 줄 알았다’며 혀만 끌끌 찼으니까. 이후 남편이 작심하고 마라톤을 시작할 때도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13년 전 내 마음속에 작은 균열이 찾아왔다.”


질의 :그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나.
응답 :“부부 동반으로 지리산에 놀러 갔을 때였다. 정상에 올라가재서 당연히 사양했는데, 아니 전업주부 두 명이 당당히 따라나서는 게 아닌가. 아, 이게 아니구나. 내가 반쪽 인생을 살았구나 싶었다. 저렇게 멋진 산이 눈앞에 있는데 나는 안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못 올라가는 거였다. 그렇잖아도 남들 눈에는 나름 유능한 직장맘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온종일 물밑에서 죽어라 발을 젓는 오리나 다름없는 나날이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수없이 되뇌던 때였다. 문득 영화 ‘매트릭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그때 결심했다. 운동을 하기로.”
질의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
응답 :“웬걸. 나도 수없이 포기하고 타협하려고 했다. 먼저 시작한 수영은 한동안 25m를 못 가고 헉헉댔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도 창피했다. ‘내가 미쳤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남편 꾐에 빠져 얼떨결에 달리기에 자전거까지 도전한 게 돌아보면 행운이었다. 그러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인간의 몸에는 우리가 몰랐던 잠재력이 내재돼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실력이 느니 재미가 붙었고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그게 바로 운동의 선순환이란 거였다.”

마녀체력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 여기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쉽지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 남자와 달리 여성은 운동 한 번 하려면 준비할 게 어디 한두 가지냐. 게다가 사람은 여간해선 잘 변하지 않는다. 교회 전도보다 힘든 게 운동하라고 설득하는 거란 말도 있지 않나.” 그도 순순히 인정했다. “나도 그런 말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 부여된 의무에 너무 충실하려고만 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 보는 거다. 그게 오히려 가족을 위하는 길이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반드시 부모 먼저 산소마스크를 쓴 뒤 아이를 챙기게 돼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들은 석 달이 고비라던데 딱 한 달만 넘기면 된다. 어떻게 하면 체력이 좋아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한결같았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나도 10년 넘게 했으니 이 정도라도 된 거다.” 


질의 :지속적으로 하기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응답 :“의지박약, 작심삼일을 넘기려면 작지만 실질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캘린더를 만드니 큰 도움이 되더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컬러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거나 운동할 때마다 5000원씩 저금하는 것도 강추다. 유치하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캘린더에 ‘참 잘했어요’ 스티커 붙인다고 누가 흉보나. 운동은 잘하는 것보다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는 마흔 살 여성들에게 용기라는 단어를 화두로 던졌다. “용기란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이 두려움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거다.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귀찮거나 두려워서, 아예 연습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못하는 거다. 연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곧 경험이 되며, 경험이 쌓이면서 작은 성공의 짜릿함을 맛보게 되는 거다.” 

아인슈타인도, 김훈도 자전거 마니아 

질의 :왜 하필 마흔인가.
응답 :“여성에게 마흔은 특별한 변곡점이다. 그 많던 가능성이 사라지고 성적 정체성도 희미해진다. 육아 스트레스도 가장 심할 때다. 사회적으로도 정점에서 내려가는 시기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이때가 꺾이는 나이가 아님은 여성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뭔가를 해야 하고, 그중 가장 좋은 게 운동이더라. 운동을 하면 정신에도 마술 같은 효과를 일으켜 정신력과 자신감이 배가됨을 실감할 수 있다. 나도 마흔 때보다 지금 체력이 훨씬 좋다 보니 아직 더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느낀다. 아마 60은 넘어야 정점이지 않을까(웃음).”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마흔 여성은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땀구멍이 넓어지며 잡티가 생겨 진한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얇아져 강아지 털갈이하듯 우수수 빠진다. 그뿐인가. 때 이른 오십견에 갱년기 증상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목 디스크에 척추측만증은 언제 터질지 모를 복병이다. 다들 ‘예전 같지 않다’는 말만 반복한다. 하지만 운동하면 그 어떤 고급 화장품과 비싼 옷으로도 만들 수 없는 생기와 건강함을 얻을 수 있다.” 

질의 :운동하니까 뭐가 달라지던가.
응답 :“잠재돼 있던 부정적 감정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막연한 공포심이 첫째다. 한 번만 부딪히면 극복할 수 있겠더라. 롤러코스터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젠 신나게 탄다. 자전거 타다 찻길에서 넘어지면, 바다에 빠져 죽으면 어떡하나 두려움도 적잖았다. 솔직히 작은 키 콤플렉스도 컸고.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심한가. 그런데 운동하고 나니 이젠 현실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게 운동의 힘이었다.”

그는 나이 들어서도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던 중 공통점이 하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비결은 몸을 쓰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톨스토이는 67세에 자전거를 배웠고 아인슈타인은 자전거를 타다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 냈다. 마라톤 마니아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묘비에 ‘작가 그리고 러너’라고 적고 싶다고 했고 김훈은 작가 소개란에 ‘라이더’라고만 썼더라. ‘미생’에서도 장그래에게 사범이 이렇게 말하지 않나.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기르라고. 게으름, 나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마흔에 시작한 운동, 멋진 쉰 살 맞게 해줘 

질의 :책을 만들기만 하다 처음 본인 책을 냈다.
응답 :“26년간 데스킹만 하다가 내 글을 쓰려니까 너무 힘들었다. 앞으론 저자에게 절대 독촉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웃음). 죽어도 두 번은 못 쓰겠다 싶었는데,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라. 달리기의 중독성과 흡사했다. 아, 자전거와 수영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중간에 휴대전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운동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까 운동할 시간이 어딨냐고 했는데 엄마들도 TV와 스마트폰을 조금만 덜 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책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운동으로 화제가 돌아가 있었다. 말 나온 김에 지난 올림픽 때 영미 신드롬에 대해 물었다. “내 이름이 좀 더 특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책도 필명으로 낼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 주위에서 다들 ‘영미~영미~’라며 내 이름을 두 번씩 부르고 있다. 영미라는 이름을 온 국민이 좋아하게 해준 컬링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이참에 전국의 모든 영미들을 모아 영미닷컴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하하.” 

질의 :앞으로의 계획은.
응답 :“허약함이란 내 인생의 아킬레스건이 극복되면서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버킷 리스트가 라푼젤 머리카락 자라듯 늘어나고 있다. 배드민턴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곧 스킨스쿠버에도 도전할 참이다. 데모스테네스도 말을 더듬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위대한 웅변가가 됐다고 하지 않나. 가장 약한 부분을 이겨내면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책은 이렇게 끝난다. “마흔에 시작한 운동은 멋진 쉰 살을 맞게 해줬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호그와트에서 보낸 편지가 된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봉투를 열 것이냐, 말 것이냐는 온전히 각자 마음먹기에 달렸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2265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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