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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문화일보_할머니 100명이 방황하는 靑春에 전수하는 ‘인생의 맛’

namhaebomnal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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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노토지마에 사는 쓰구코 할머니가 지역 풍어제 전통 음식인 기슈사이 소반을 만들고 있다. 남해의봄날 제공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 / 나카무라 유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 봄날


‘할머니 손맛’은 누구에게나 기억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각자의 음식 취향을 결정지어준다. 그 맛은 가볍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긴 인생을 살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그 속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으며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지혜가 녹아있다.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해 배우고 온 저자는 일본의 조업 현장을 돌아보다가 미에현 오와세시에서 아름다운 주름을 지닌 한 할머니를 운명처럼 만났다. 저자는 당시 자신의 처지를 “끝나버린 연애, 불투명한 내일, 일도 집도 없이 방황하던 청춘”이라고 회고하며 “자글자글한 주름에 매료돼 ‘할머니 헌팅’(인터뷰할 할머니를 찾는 일)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때의 인연으로 촉망받는 셰프가 된 저자는 3년 동안 15개국 90개 도시를 돌며 100여 명의 할머니에게 전수 받은 인생 레시피를 이 책에 담았다. 각 나라에서 ‘80세 이상’ ‘요리를 잘하는’ ‘거침이 없는’ 할머니를 찾아낸 저자는 할머니들의 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살아갈 동력을 얻었다. 

오와세시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미쓰코 할머니는 저자에게 죽은 남편과의 순애보를 전하며 생선 등 해산물을 으깬 후 달걀을 섞어 두툼하게 지진 아쓰야키를 만들어줬다. 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만난 멧타 할머니는 그때그때 몸 상태에 맞는 약초를 넣어 만든 ‘초록색 죽’ 콜라켄다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는 마리아 조르 할머니에게서 호박잼을 만들 때 오른쪽으로만 저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스페인 라코루냐에서 만난 마노리타 할머니로부터는 ‘국민 수프’ 칼도 가예고가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재료와 조리법을 간결하게 정리해놓은 ‘레시피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레시피는 저자가 할머니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몇 가지 음식은 전문 셰프의 도움을 받아 자세하게 설명한다)해놓은 것이어서 바로 따라 하기에는 조금 어설프다. 하지만 각 음식이 지닌 의미와 할머니들이 터득한 조리 포인트를 담아 그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한국어판을 출간하며 서울과 통영에서 한국 할머니들을 만나 경험한 한정식, 비빔밥, 된장게찜 등의 한국 음식도 이 책에 소개했다. 저자는 책 후기에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누군가 내게 할머니의 레시피를 물으러 온다면 주름 자글자글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이 장대한 모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240쪽, 1만6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4130103251205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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