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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은 콘텐츠를 담는 가장 아름다운 그릇, 책으로 소통합니다

로컬북스해녀와 나


해녀들은 내 생애 최고의 피사체다

해녀를 찾아 섬 속의 섬 우도로 떠난 60대 현역 사진작가,

바다 어멍과 함께 웃고울며 담아낸 1년의 기록


경력 40년, 60대 현역 사진작가를 흔들어놓은 해녀의 삶
생과 사, 인간과 자연, 일과 인생에 대한 파노라마
 

무수히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탓인지 그들의 표정에는 어떤 초연함이 있다.
그것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는다. 마치 가슴 속에 녹아 내리는
미륵반가사유상의 잔잔한 미소를 보는 듯하다.
 
이 책은 사진작가 준초이가 만난 제주 해녀들에 대한 기록이자, 그 삶에 대한 헌정 사진집이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노년의 사진작가 준초이가 우도로 찾아가 그의 삶을 흔들어 놓은 해녀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1년,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해녀와 함께하며 저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되짚으며,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60대 사진작가 준초이가 바라본 70~80대의 해녀들은 강인한 모성을 지닌 어머니이자,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베테랑 사진작가도 절로 감탄케 하는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춘 프로페셔널이었다.
그 옛날, 해녀의 물질은 가난 속 피할 수 없는 고된 일상으로 ‘내려갈 땐 눈물이요, 올라올 땐 한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저자가 만난 해녀들의 삶은 당당하고 자부심 넘친다. 결코 돈을 빌려주면 주었지 절대 남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강인한 자립심과 경제력, 파도와 바람을 살펴 정확하게 물질할 때를 놓치지 않는 냉철함, 고령의 해녀들을 통해 배운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담아낸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백까지. 저자는 해녀를 만남으로서 새롭게 거대한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강인하고 드넓은 품을 지닌 우리들의 어머니, 해녀
 
눈에 보이는 그들의 자태는
사람들이 말하는 예쁜 것은 아닐지언정 아름답고,
귀로 들리는 것은 없지만
그녀들의 깊게 파인 주름 속에서
모성이 농축된 사랑 이야기가 들린다.
 
‘어멍’은 제주말로 ‘어머니’라는 뜻이다. 해녀에게 강렬하게 이끌려 주소지까지 우도로 이전하고 해녀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간 저자가 해녀에게서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모성이다.
바람, 돌, 여자. 삼다도라 불릴 만큼 제주의 여성은 강인하고 생활력 강하기로 유명하지만, 해녀들에게는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강한 풍랑과 험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을 바다로 이끄는 힘은 자식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평생 물질하여 모은 돈으로 먹이고, 입히고, 키운 자식들이야말로 해녀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다. 전복 캐고 감태를 끌어모으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자식을 도시로 내보내는 그네들에게서 저자는 여성의 강인함을 본다. 동시에 자신의 결핍된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해녀 어머니들에게로 쏟아 붓는다. 그에게 해녀는 미감을 자극하는 “생애 최고의 피사체”이자 원형의 여성상이다.
 
*제주 해녀 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우도는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제주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이다. 주민은 1700여 명이지만, 한 해에 우도를 찾는 관광객 수는 대략 120만 명. 흔히 우도 8경이라 일컫는 빼어난 풍광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 수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우도의 숨은 보석이 있다. 바로, 해녀들이다.
해녀는 전세계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에 밖에 없는 전문직이다. 특히 우리나라 제주 해녀는 예부터 잠수 실력이 뛰어나 가까운 부산, 통영은 물론 일본, 러시아 근해까지 출가물질을 나갔다고 한다. 제주도는 해녀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전문직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어쩌면, 20년 뒤에 우리는 더 이상 해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는 2만 3천여 명의 해녀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에 현직 해녀는 4천 5백여 명. 그 중에 절반 가까이가 70세 이상이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함에 최근 해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다양한 단체에서 제주 해녀 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은 뛰어난 제주 해녀 문화를 기록하고 전파하고자 2013년 제주 해녀 문화를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 대상 신청 종목으로 선정했다.

<저자소개>
글과 사진 준초이(최명준)
 
도쿄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뉴욕에서 실력을 쌓았다. 1988년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광고사진 분야에 투신, 국내 최고의 광고 사진작가 반열에 올랐다. 1995년, 인물사진으로 지평을 넓히기 시작, 수많은 사람들을 담아냈다. 그에게 있어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것도,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다. 사진을 찍으며 사람 만나는 일이 좋고, 카메라 렌즈 너머로 사람의 영혼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진가라는 직업에 감사한다. 그렇게 보내온 사진 인생 40년, 평생 염원하던 마음을 울리는 피사체를 제주 우도에서 만났다.
2005년 촬영을 하러 간 곳에서 우연히 여덟 명의 해녀 어머니와 만난 것을 계기로, 해녀에 빠져들기 시작, 그 후로 8년 동안 틈이 날 때마다 제주에서 해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2013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도 해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의 아들, 친구, 가족이 되어 살며 1년간 해녀들의 사진을 찍었다. 2014년 5월, 포스코 아트 뮤지움에서 <바다가 된 어멍, 해녀> 사진전을 열었으며, 2015년 4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시작으로 브뤼셀 등지에서 해녀 순회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이 책은 <메이드 바이 준초이> (디자인하우스 출간) 이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더 깊고, 더 넓어진 작품과 인생을 담아낸 두 번째 책이다.

<차례>
 
머리말 _ 준초이의 해녀도 앞에서 _ 시인 고은
Prologue _ 우도, 어멍을 찾아
봄 태풍 속에도 꽃은 핀다 _ 4월~6월
아직 바다에 여름은 오지 않았다 _ 7월~9월
숨비소리에 물드는 가을 _ 10월~11월
자연을 닮은 해녀의 삶, 겨울 _ 2013년 12월~2014년 3월
Epilogue _ 다시, 우도의 봄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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