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통영에 내려온 지 만 5년이 되었다. 남해의봄날을 시작하고 4년차. 과로로 건강을 잃었고,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갔다가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먼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우리는 살기 위해 멀고 먼 곳으로 내려왔다. 일을 내려놓고 그 동안 돌아보지 못한 삶을, 방전된 스스로를 보듬어 안기 위해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통영에 운명적으로 찾아왔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착륙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어느새 5년이 흐른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 삶을 재정비하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들였고, 애쓴 보람이 있어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원래 쉽게 변하지 않아서 옛 습관이 남아 있고,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움들이 많았다. 도대체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 헤맬 때마다 짐 싸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고, 그렇게 많은 실패 앞에서 웅크리고, 도망치고, 불안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매해 봄날이 찾아오듯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이웃들, 사계절 색을 달리하며 우리의 변화에 동참해준 대자연의 힘을 의지하며 아주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갔다.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출판 4년차, 열세 권의 책을 출간한 남해의봄날이 새로운 로컬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도 이제는 통영 시민이라 불려도 될 만큼 이 땅에 뿌리를 살짝 내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기쁜 소식이라 할 것이다.
통영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공간, 아트하우스 봄날의집
지난 해 10월 30일, 우리는 출판사를 찾아오는 많은 이들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 ‘봄날의집’이라는 아트하우스와 동네 서점 ‘봄날의책방’을 열었다. 새로운 공간이 들어선 작은 집은 남해의봄날 사무실이 자리한 봉수1길 초입에 위치한 38년 된 옛집으로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방치되어 노숙자들의 술파티와 길고양이들의 은신처로 밤마다 으슥한 분위기를 내뿜는 괴이한 곳이었다. 그 집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집주인을 수소문하여 가까스로 폐허가 된 공간을 (빚을 내어--;)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동네의 원흉이었던 공간이 동네의 사랑방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동네 건축가 흙님과 우리는 6개월의 시간을 투자했고, 손수 페인트를 칠하고, 쓸고 닦고, 못을 박으며 그렇게 예쁜 집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옛 모습은 살리되 내부 공간은 새롭게 설계하여 통영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공간이자 좋은 책을 파는 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했고, 덕분에 봉수골은 통영에서 가장 핫한, 함께 살고 싶은 예쁜 동네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동네 서점 봄날의책방은 통영의 참새 방앗간
우리는 스토리텔링 전문회사이자 책을 통한 소통에 주력하는 작은 출판사로서 그간 열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분주하게 달려온 만 3년의 기간을 마무리하고 한 템포 쉬면서 우리는 미디어를 공간으로 확장하여 우리가 담고자 한 통영의 삶과 예술을 스토리텔링한 봄날의집을 통해 통영의 장인들과 전혁림미술관 등 지역의 예술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봄날의집 안방을 개조한 봄날의책방은 네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의 작은 서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 도시 통영에 마음껏 책을 보고, 좋은 책을 함께 읽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에게 작지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감사하게도 외지인뿐 아니라 지역 시민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참새 방앗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지역의 작은 출판사인 우리에겐 많은 작품을 구매할 능력도, 큰돈을 투자해서 지역 예술을 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보고 배운 기술과 노하우로 지역의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을 널리 알리고, 서울 등 대도시의 소비자들과 지역 예술인들과의 접점으로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화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작가의 방으로 구성된 봄날의집을 찾는 이들은 통영살이 5년차에 접어든 우리들의 작은 삶을 만나고, 통영의 아름다운 예술을 느끼며 편안한 쉼을 누리고 돌아간다. (분명 그럴 것이라 믿고 있다. ^-^) 겁도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자금난에 시달리던 우리는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 사업에 당선되어 봄날의집 공사 비용을 후원받게 되어 한결 부담을 덜었고, 같은 시기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채택된 <장인지도> 제작까지 함께 완성하여 우리는 지역의 장인들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첫 걸음을 잘 내딛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시고 응원해 준 덕분이다.
문화예술 도시 통영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만들고, 새로운 기회로 발전시키는 데 조금씩 힘을 보탠 남해의봄날은 우리가 서울을 떠나 통영에 정착한 이유, 그 초심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간 쌓아온 비즈니스 인프라와 풍부한 구매력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서울을 떠나 우리가 낯선 도시 통영에 자리잡은 것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평가 절하되어 있는 지역의 예술인들을 어쩌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같은 꿈을 품고 책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고비 고비를 넘겨 어느새 문화예술 로컬 비즈니스로 남해의봄날 시즌 2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우리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열린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통영의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문화자산을 스토리텔링하기 위한 <문학지도> 프로젝트로, 지난해에 이어 2차로 당선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문학지도>는 지난해 여러 가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1차 당선작 <장인지도>를 잇는 두 번째 통영 문화예술 콘텐츠 지도 시리즈로 지도의 완성 후 본격적인 문화예술 기행 프로그램도 통영길문화연대와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간은 더 걸릴 것이고, 어찌 보면 우리가 통영에서 비즈니스하는 기간 내내 노력해도 그 변화의 흐름은 아주 더디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러한 작은 시도가 우리가 사는 도시 통영의 문화예술 르네상스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그래서 문화예술 도시 브랜드로서 통영이라는 문화자산이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뚜벅뚜벅 감당해 나가려 한다. 힘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려 한다. 거기에 신나고, 재미있게는 덤이다! ^-^
글_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지난 3월 19일, 통영에 내려온 지 만 5년이 되었다. 남해의봄날을 시작하고 4년차. 과로로 건강을 잃었고,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갔다가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먼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우리는 살기 위해 멀고 먼 곳으로 내려왔다. 일을 내려놓고 그 동안 돌아보지 못한 삶을, 방전된 스스로를 보듬어 안기 위해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통영에 운명적으로 찾아왔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착륙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어느새 5년이 흐른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 삶을 재정비하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들였고, 애쓴 보람이 있어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원래 쉽게 변하지 않아서 옛 습관이 남아 있고,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움들이 많았다. 도대체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 헤맬 때마다 짐 싸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고, 그렇게 많은 실패 앞에서 웅크리고, 도망치고, 불안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매해 봄날이 찾아오듯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이웃들, 사계절 색을 달리하며 우리의 변화에 동참해준 대자연의 힘을 의지하며 아주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갔다.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출판 4년차, 열세 권의 책을 출간한 남해의봄날이 새로운 로컬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도 이제는 통영 시민이라 불려도 될 만큼 이 땅에 뿌리를 살짝 내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기쁜 소식이라 할 것이다.
통영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공간, 아트하우스 봄날의집
지난 해 10월 30일, 우리는 출판사를 찾아오는 많은 이들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 ‘봄날의집’이라는 아트하우스와 동네 서점 ‘봄날의책방’을 열었다. 새로운 공간이 들어선 작은 집은 남해의봄날 사무실이 자리한 봉수1길 초입에 위치한 38년 된 옛집으로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방치되어 노숙자들의 술파티와 길고양이들의 은신처로 밤마다 으슥한 분위기를 내뿜는 괴이한 곳이었다. 그 집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집주인을 수소문하여 가까스로 폐허가 된 공간을 (빚을 내어--;)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동네의 원흉이었던 공간이 동네의 사랑방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동네 건축가 흙님과 우리는 6개월의 시간을 투자했고, 손수 페인트를 칠하고, 쓸고 닦고, 못을 박으며 그렇게 예쁜 집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옛 모습은 살리되 내부 공간은 새롭게 설계하여 통영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공간이자 좋은 책을 파는 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했고, 덕분에 봉수골은 통영에서 가장 핫한, 함께 살고 싶은 예쁜 동네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동네 서점 봄날의책방은 통영의 참새 방앗간
우리는 스토리텔링 전문회사이자 책을 통한 소통에 주력하는 작은 출판사로서 그간 열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분주하게 달려온 만 3년의 기간을 마무리하고 한 템포 쉬면서 우리는 미디어를 공간으로 확장하여 우리가 담고자 한 통영의 삶과 예술을 스토리텔링한 봄날의집을 통해 통영의 장인들과 전혁림미술관 등 지역의 예술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봄날의집 안방을 개조한 봄날의책방은 네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의 작은 서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 도시 통영에 마음껏 책을 보고, 좋은 책을 함께 읽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에게 작지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감사하게도 외지인뿐 아니라 지역 시민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참새 방앗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지역의 작은 출판사인 우리에겐 많은 작품을 구매할 능력도, 큰돈을 투자해서 지역 예술을 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보고 배운 기술과 노하우로 지역의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을 널리 알리고, 서울 등 대도시의 소비자들과 지역 예술인들과의 접점으로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화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작가의 방으로 구성된 봄날의집을 찾는 이들은 통영살이 5년차에 접어든 우리들의 작은 삶을 만나고, 통영의 아름다운 예술을 느끼며 편안한 쉼을 누리고 돌아간다. (분명 그럴 것이라 믿고 있다. ^-^) 겁도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자금난에 시달리던 우리는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 사업에 당선되어 봄날의집 공사 비용을 후원받게 되어 한결 부담을 덜었고, 같은 시기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채택된 <장인지도> 제작까지 함께 완성하여 우리는 지역의 장인들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첫 걸음을 잘 내딛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시고 응원해 준 덕분이다.
문화예술 도시 통영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만들고, 새로운 기회로 발전시키는 데 조금씩 힘을 보탠 남해의봄날은 우리가 서울을 떠나 통영에 정착한 이유, 그 초심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간 쌓아온 비즈니스 인프라와 풍부한 구매력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서울을 떠나 우리가 낯선 도시 통영에 자리잡은 것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평가 절하되어 있는 지역의 예술인들을 어쩌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같은 꿈을 품고 책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고비 고비를 넘겨 어느새 문화예술 로컬 비즈니스로 남해의봄날 시즌 2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참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우리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열린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통영의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문화자산을 스토리텔링하기 위한 <문학지도> 프로젝트로, 지난해에 이어 2차로 당선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문학지도>는 지난해 여러 가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1차 당선작 <장인지도>를 잇는 두 번째 통영 문화예술 콘텐츠 지도 시리즈로 지도의 완성 후 본격적인 문화예술 기행 프로그램도 통영길문화연대와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간은 더 걸릴 것이고, 어찌 보면 우리가 통영에서 비즈니스하는 기간 내내 노력해도 그 변화의 흐름은 아주 더디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러한 작은 시도가 우리가 사는 도시 통영의 문화예술 르네상스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그래서 문화예술 도시 브랜드로서 통영이라는 문화자산이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뚜벅뚜벅 감당해 나가려 한다. 힘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려 한다. 거기에 신나고, 재미있게는 덤이다! ^-^
글_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