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nal Story

남해의봄날 새소식,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와 맞닿아 있는 곳, 나오시마섬에 가다


봄의 향기가 제일 먼저 느껴지는 이곳 남해의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작은 사무실을 열고 새롭게 시작한 회사의 이름은 남해의봄날이다. 지치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된 것도 자연의 풍성한 생명력을 지닌 바다의 기운을 받게 된 까닭이고, ‘봄’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의 기억을 온전히 이어가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간의 시간과 인연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때론 오늘을 살기보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어제의 나를 종종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서 전혀 낯선 곳으로 길을 떠나자니 처음엔 막막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다시 오늘에서 멀리 도망쳐 과거로 꼭꼭 숨어서 웅크리고 있었던 때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어느 날 나를 흔들어 깨우는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에 놀라 다시금 제 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반년을 보냈던가. 이제는 돌아보는 날이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보다 현저하게 짧아졌고, 더 이상 오늘이 어제보다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 다가올 시간들에 더 가슴이 설레는 내게 더 이상 뒷걸음 치고 싶지 않게 내 마음을 붙들어 준 시간이 바로 세토나이카이와 나오시마섬으로의 짧은 여행이었다.


세토나이카이로 떠난 두 부부, 본격 항해를 시작하다

일본의 혼슈 서부와 규슈, 시코쿠에 둘러쌓인 작은 해협으로 6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발달한 세토나이카이는 한국의 남해안을 꼭 닮은 지역이다. 남해의봄날 창립 멤버인 봄과 푸른, 두 사람이 그들의 또 다른 인생 동반자인 남편들과 그곳으로 함께 떠났다. 입춘을 막 넘긴 초봄의 어느 날이었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 공항에 내렸다. 여행 작가이자 사진가로 활동 중인 푸른의 남편 백곰님(체격 좋고 인상 푸근한 그의 예명이다)의 섬세한 준비로 그저 따라나서기만 해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진짜 여행 준비에 관해서는 가히 달인의 경지에 올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백곰님의 가이드에 따라 오사카에서의 첫날 밤은 맛있는 저녁식사 이후  야경이 근사한 곳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의논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명색이 사장인데 나 역시 떨리고 두렵다는 것을 하나밖에 없는 직원 부부에게 들킬 수야 없지 않은가. 짐짓 태연한 척 푸른이 앞으로 회사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귀 기울여 듣고,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밑그림도 멋지게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지만 정신없이 단잠으로 빠져들었다.


문화예술 콘텐츠로 생명력을 되찾은 나오시마섬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인 세토나이카이 항해로 이어졌다. 버스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세토 대교를 건너 세토나이카이 일대를 둘러보면서 꼭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점점이 흩어진 섬들 역시 남해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양국의 문화와 지형의 특수성에서 느껴지는, 닮았지만 다른 풍경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둘째 날은 밤거리가 아름다운 작은 문화 도시 오카야마에서 여장을 풀었다.



셋째 날은 가장 기대하였던 나오시마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갔다. 나오시마섬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산업폐기물의 오염으로 죽어가던 섬에 출판교육그룹 베네세 재단의 후원으로 미술관을 건축하면서 세계적인 건축과 미술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게 된 곳이다.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회장은 미술관 이전에 먼저 섬마을 사람들을 위해 중학교와 마을 회관, 선박 터미널 등의 지역 기반 시설을 초현대식으로 짓기 시작했고, 1992년 미술관과 호텔을 겸한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을 지었다. 그 이후에도 최초의 땅 속 미술관으로 화제가 된 지중 미술관과 한국 작가 이우환 미술관도 개관했다.


때마침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박까지 내리는 악천후로 인해 나오시마섬 곳곳을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목표했던 베네세 미술관과 지중 미술관은 오랜 시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미술관은 빛의 명암과 공간 곳곳의 매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과 조우했고, 나오시마섬은 섬 전체가 마치 안도 다다오의 전시관처럼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더 눈여겨 본 것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보다 그로 인해 변화하고 생명력을 얻게 된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폐기물로 방치되어 죽어가던 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해마다 3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으며 활기를 되찾은 일본 작은 섬 마을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왔다.


남해의봄날이 꿈꾸는 미래를 엿보다

남해의봄날은 5백개가 넘는 많은 섬을 가진 통영에서 남해 곳곳의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을 찾아내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기획, 제작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한 건축가의 재능이 비전 있는 기업가와 만나 하나의 섬을 살렸듯이 우리의 꿈이 언젠가 또 다른 사람들의 꿈과 만나 한국의 나오시마섬을 하나 둘 창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꿈꾸는 남해의 봄날은 지역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함께 꿈꿀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을 만들고, 그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일본에서 만난 작은 섬의 행복한 삶은 진정성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남해의봄날이 꿈꾸는 미래와 맞닿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창립 워크숍 여행지로 나오시마섬을 선택한 이유다.글_남해의봄날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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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너무나 가고 싶은 곳인데, 먼저 다녀오셨군요 ^^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