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nal Story

남해의봄날 새소식,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역에서 출판하기 6. 출판계 입문 만 2년을 마무리하며


어느새 2013년도 달력 한 장뿐이다. 작년 이맘때는 통영의 작은 출판사 신고식을 치르면서 집 짓고, 사무실 만드느라 12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바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와 기쁨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몇 안 되는 일 중에 지난 해 나는 두 가지의 미션에 도전했다. 생애 처음 내 집 짓기와(30년 된 노후주택의 리모델링이었지만 새로 짓는 것보다 열 배는 더 힘들었다. 물론 집은 남편인 CSI강용상 대표가 주도적으로 지었지만 함께한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출판사 창업. 둘 다 내게 극한의 희로애락을 전하며 내 생애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하나만 해도 벅찰 일을 동시에 도전한 것은 분명 무리였다. 건강을 찾기 위해 내려온 통영에서 나의 이 무모한 도전은 끝내 연말연시 급격한 건강 악화로 이어졌고, 겨울 내내 끙끙 앓으며 추운 계절을 버텨야 했다. 그렇게 보낸 2012년에 이어 올해는 어땠을까. 출판사는 열었고, 책도 계속 나오고 있고, 여전히 풍족하지는 않지만 새 공간에서의 삶도 비교적 안정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터를 잡고 나니 비로소 다른 세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그건 때론 유혹이고, 때론 갈망이기도 하다.

 

 

2년 동안 열심히 달렸다. 엉금엉금엉금 거북이걸음으로
통영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낸 것은 2년 6개월 전, 2011년 5월 25일이었다. 통영에 온 것이 2010년 3월 19일이니(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어찌 잊겠는가, 그 날을!) 1년 2개월 만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남해의봄날’이라는 회사 이름에 맞춰 꼭 5월을 창립기념일로 하고 싶은 마음에서 서둘러 사업자등록부터 한 것이지, 실제 사업을 시작한 것은 두어 달이 지난 후였다. 통영거북선호텔 오픈에 맞춰 브랜딩부터 콘텐츠 기획과 온오프 미디어 제작을 주 업무로 2011년은 주4일 근무제라는 앞으로도 다시없을 탄력근무제를 하면서 놀며, 일하며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출판 등록을 하고, 출판사로서 본격 행보를 시작한 것은 이듬해 2012년 봄이었다.

 

작년 7월 첫 책이 나오기까지 우리는 생전 처음 해보는 무수한 미션들을 매일매일 완수해 나가야 했고, 그 안에는 온오프 대형서점과의 그 복잡한 유통계약과 도매상 조사, 출판계약서 작성부터 저자들 인세 계약, MD들 미팅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과정을 다 완료한 이후 그렇게 첫 책을 내고, 두 번째 책을 냈다. 지난해에는 책을 직접 쓰기까지 하느라 서너 달을 주말마다 회사에 나와 원고를 쓰고, 주중에는 업무를 하면서 보냈다, 처음이라 모든 게 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매일매일이 새로움과 설렘으로 가득 찼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달렸지만 첫 해 출간 도서는 2+1권에 불과했고, 올해는 그래도 조금은 내공이 쌓인 탓인지 다섯 권을 출간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3.5명이 1년에 다섯 권을 냈다고 하면 다들 웃을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출간 종수만으로는 지난 해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엉금엉금 통영의 거북이들은 올 가을 여러 달을 야근도 불사하며 책을 만들었다. 기획도서가 주종이다 보니 다섯 권도 사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틈틈이 지역 프로젝트도 하다 보니 그야말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지난 7월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는 야근도, 주말근무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전투적으로 일했다. 물론 인터뷰 전까지는 분명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거의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통영에서도 야근을 불사하며 달릴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통영에서 우리는 야근도 한다. 때론 주말근무도 
과분한 두 개의 큰 상을 6개월 간격으로 받고 나서 회사는 연일 매스 미디어를 장식하며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책도 네 권밖에 못낸 신생출판사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나니 우리가 내야 할 세 권의 책은 발등의 불이 되어 이미 조금씩 타오르고 있었고, 우리는 신생답게 우왕좌왕하며 책을 만들고, 인쇄하고, 마케팅하고 그렇게 11월까지 석 달을 내달렸다. 서울서 내려온 새가족 반디 편집자는 통영의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만끽할 틈도 없이 야근을 친구로 삼았고, 우리 모두 그의 파트너가 되어 함께 일했다. 다행히 세 권의 책은 무사히 출간되었고, 가장 공을 들인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는 출간 한 달 반 만에 3쇄를 찍어서 5천부를 넘겼다. 인권활동가의 책이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다니. 특히 곽은경 선생님이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하셔서 전국을 돌며 독자를 만나고 다니시며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연대한 것은 작은 출판사에게도 큰 의미였다. 그 분의 25년 한결같은 삶은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책도 꾸준히 잘 판매되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지역의 사진가, 강원도의 시인,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함께 만든 <섬에서 섬으로 바다백리길을 걷다>는 또 하나의 로컬북스로 자리매김했고, 12월초에 출간된 우수기획안 대상작 <가업을 잇는 청년들>은 이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일인 가업을 잇는 삶. 그래서 고민도 많았던 책이지만 상을 받으면서 출간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우리는 어려운 길을 가는 청년들의 빛나는 삶을 세상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통영에서 출판을 하는 것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늘 핑크빛 유유자적 놀이만은 아니다. 우리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일하며 때론 더 힘겹게 책과의 씨름을 감내한다. 출판 중심 서울과 수도권에서 겁나 먼 곳에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 그리고 소통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발 빠르게 트렌드를 만나야 하는 출판계에서 때론 없는 열정도 끄집어내곤 한다. 그렇게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중이다. 물론 경험도, 능력도 부족한 탓에 쉽지 않다. 

 

 

느리더라도 계속 직진! 진격의 남해의봄날
우리의 서투른 열심 이면에는 또 한 가지, 출판 초보라는 약점, 모든 것이 처음이라 하나하나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토끼처럼 껑충껑충 달릴 수는 없으며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길게 보고 가야한다. 그리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의 첫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핑크빛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 직진!을 외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지역에서 계속 출판이라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SNS 미디어의 도움이 크다. SNS 미디어를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서울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흡수할 수 있고, 걸러진 뉴스만으로 세상을 바로 만날 수 없는 지역민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니 감사하다. 최근 모 인터넷 서점 MD와 출판계 사람들이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도 소통에 갈급한 우리에게 단비가 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출판사의 상생의 길이 열리고 있다. 이제는 훌륭한 저자들도 먼저 우리와 책을 내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 그래도 우리의 만 2년이  헛되지 않았던 듯 하다. 그 기간 동안 우리의 작은 시도들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우리를 훌쩍 성장시켰음을 우리도 알고 있다.

잘했다, 모두들. 고맙다, 모두들. 내년에도 힘내자! 막내의 말처럼 좀 덜 착하더라도 더 재밌고, 신나게 좋은 책을 만들어보자. 이제 워밍업 완료,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아자!
 

올 한 해 남해의봄날을 애정하고,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 더 좋은 책으로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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