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생활 경험 공간 '팜프라촌' 3년 기록
대안적 삶 고민하는 참가자 전국서 모여
혼자는 어려워도 여럿이면 가능하다. ‘시골살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환상을 현실로 바꾼 청년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민 평균 연령 70세 남해 두모마을을 찾은 청년 3인방이 지방소멸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만든 남해 팜프라촌 안팎에서 일어난 3년간 기록을 담아 책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로 내놓았다.
글쓴이 면면도 이채롭다. 유지황 씨는 2017년 전 세계 농업일주 여행기를 담은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 <파밍보이즈>를 펴내 주목받은 인물이다. 이후 2020년 국제 비영리조직 아쇼카 펠로에 선정되면서 청년 사회혁신가로 거듭났다. 양애진 씨는 이화여대 재학 중에 팜프라촌을 만들고 로컬브랜드를 키운 문화기획자이고, 오린지 씨는 수원에서 ‘사만키로미터’라는 독립출판그룹을 운영하며 생태·동물·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여러 책을 만든 창작자이다.
남해 팜프라촌은 도시에서 촌으로 이주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 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청년들은 정해진 기간에 촌에 입주해 살며 시골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자신에게 맞는 촌라이프를 모색한다. 코부기 집짓기 워크숍을 비롯해 농기구 사용법, 텃밭 만들기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도자기·나무 소품 만들기 등 취미 활동도 하고 마을 당산제·두모 영상제와 같은 동네 축제에도 참여한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 양애진·오린지·유지황 지음, 남해의봄날
전국 각지에서 촌구석에 모여든 청년 30명이 쏟아낸 인터뷰도 날것 그대로다. 팜프라촌 1기로 참여한 하정 씨 인터뷰를 일부 옮겨본다.
“서울에서 10년간 살면서 느낀 것은 이 도시에서 내 삶을 구성하는 근간이 모두 불안정하다는 거예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주거 환경이 불안정했고, 시간이 없어 대충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먹거리도 그랬고요.”
‘영끌’을 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울살이를 탈출한 사람, 60대 퇴직 후 시골살이를 꿈꾸기보다 30대 퇴사를 실행으로 옮긴 사람, 아이들과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 가까이서 살고 싶어 남해를 택한 가족 등 다채롭다.
팜프라촌을 경험한 청년 중에는 남해에 정착한 이도 있고, 다른 지역 촌에 자리 잡은 청년, 다시 서울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그래도 팜프라촌 2기로 참여한 진아 씨 인터뷰에도 나오듯이 시골살이 경험과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씨앗을 남겼다.
“팜프라촌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촌에서의 삶이 어떤지 경험하게 해주었어요. 이제 서른이니 사실 많이 어리죠.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하면 미친 듯이 일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느낀 촌의 속도와 풍경이 좋아졌어요. 자연, 사람, 그리고 마을이 공존하는 팜프라촌 같은 환경을 만나기 쉽지 않으니 ‘나중에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팜프라가 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중인데, 그런 기반이 없다면 이곳과 같은 삶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은 ‘청년들의 시골 체험기’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날 청년들과 다음 세대들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고민과 움직임이 녹아있다. 3명의 글쓴이는 도시에는 없는 촌의 매력을 전달하고, 촌에는 없는 도시 생활의 다양성을 끌어들이며 서로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씨앗을 뿌리는 많은 이들에게 촌살이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당장 숫자로 드러나는 정착민이 아니더라도 시골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삶의 터전으로 촌을 선택하도록 밭을 가는 것이다.
남해의 봄날. 256쪽. 1만 8000원.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18227
농촌생활 경험 공간 '팜프라촌' 3년 기록
대안적 삶 고민하는 참가자 전국서 모여
혼자는 어려워도 여럿이면 가능하다. ‘시골살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환상을 현실로 바꾼 청년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민 평균 연령 70세 남해 두모마을을 찾은 청년 3인방이 지방소멸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만든 남해 팜프라촌 안팎에서 일어난 3년간 기록을 담아 책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로 내놓았다.
글쓴이 면면도 이채롭다. 유지황 씨는 2017년 전 세계 농업일주 여행기를 담은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 <파밍보이즈>를 펴내 주목받은 인물이다. 이후 2020년 국제 비영리조직 아쇼카 펠로에 선정되면서 청년 사회혁신가로 거듭났다. 양애진 씨는 이화여대 재학 중에 팜프라촌을 만들고 로컬브랜드를 키운 문화기획자이고, 오린지 씨는 수원에서 ‘사만키로미터’라는 독립출판그룹을 운영하며 생태·동물·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여러 책을 만든 창작자이다.
남해 팜프라촌은 도시에서 촌으로 이주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 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청년들은 정해진 기간에 촌에 입주해 살며 시골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자신에게 맞는 촌라이프를 모색한다. 코부기 집짓기 워크숍을 비롯해 농기구 사용법, 텃밭 만들기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도자기·나무 소품 만들기 등 취미 활동도 하고 마을 당산제·두모 영상제와 같은 동네 축제에도 참여한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 양애진·오린지·유지황 지음, 남해의봄날
전국 각지에서 촌구석에 모여든 청년 30명이 쏟아낸 인터뷰도 날것 그대로다. 팜프라촌 1기로 참여한 하정 씨 인터뷰를 일부 옮겨본다.
“서울에서 10년간 살면서 느낀 것은 이 도시에서 내 삶을 구성하는 근간이 모두 불안정하다는 거예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주거 환경이 불안정했고, 시간이 없어 대충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먹거리도 그랬고요.”
‘영끌’을 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울살이를 탈출한 사람, 60대 퇴직 후 시골살이를 꿈꾸기보다 30대 퇴사를 실행으로 옮긴 사람, 아이들과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 가까이서 살고 싶어 남해를 택한 가족 등 다채롭다.
팜프라촌을 경험한 청년 중에는 남해에 정착한 이도 있고, 다른 지역 촌에 자리 잡은 청년, 다시 서울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그래도 팜프라촌 2기로 참여한 진아 씨 인터뷰에도 나오듯이 시골살이 경험과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씨앗을 남겼다.
“팜프라촌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촌에서의 삶이 어떤지 경험하게 해주었어요. 이제 서른이니 사실 많이 어리죠.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하면 미친 듯이 일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느낀 촌의 속도와 풍경이 좋아졌어요. 자연, 사람, 그리고 마을이 공존하는 팜프라촌 같은 환경을 만나기 쉽지 않으니 ‘나중에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팜프라가 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중인데, 그런 기반이 없다면 이곳과 같은 삶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은 ‘청년들의 시골 체험기’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날 청년들과 다음 세대들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고민과 움직임이 녹아있다. 3명의 글쓴이는 도시에는 없는 촌의 매력을 전달하고, 촌에는 없는 도시 생활의 다양성을 끌어들이며 서로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씨앗을 뿌리는 많은 이들에게 촌살이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당장 숫자로 드러나는 정착민이 아니더라도 시골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삶의 터전으로 촌을 선택하도록 밭을 가는 것이다.
남해의 봄날. 256쪽. 1만 8000원.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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