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영화제 소개
주제메·시지 따라 골라 보는 재미
섬마을·민주·인도 등 경남도 다양
여행책 말고 어디로 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통영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낸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다. 영화 쪽에서 오래 일한 김은 작가가 쓴 책으로 전국에 있는 크고 작은 영화제를 소개했다.
◇영화제 영화는 뭐가 달라? = "극장에 올리는 상업영화와 영화제의 영화는 상영 목적이 다르다. 전자는 관객에게 티켓을 팔아야 하는 영화, 후자는 세상에 보여 주고자 하는 영화다. (중략) 영화인으로서 꿈을 가진 사람들의 등용문이자, 상업적인 것이 아닌 남다른 콘텐츠를 원하는 관객에게 영화제는 더없이 이상적인 축제인 것이다."(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영화를 만드는 일(제작)과 영화를 관객이 보도록 하는 일(배급)은 별개의 과정이다. 영화를 잘 만들어도 배급을 못 하면 관객은 영화의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 투자를 받든, 투자를 하든 배급은 어쨌거나 돈이 드는 일이다. 예산이 적은 독립영화일수록 배급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 영화가 관객을 만날 좋은 기회가 영화제다. 이렇게 영화제는 신인 영화인들의 등용문 노릇을 한다.
특히,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일종의 지역 문화 잔치이기도 하다. 보통 지역 문화 단체나 공동체가 주관하는데, 제대로 하는 곳일수록 지역색을 잘 담아내려고 애쓴다.
"영화제가 주는 건 단지 영화만이 아니다. 지역과 공간, 그리고 이것을 꾸민 사람들이 담으려 한 감성이 한데 엉켜 공유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에게는 모든 요소가 하나하나 소중하다."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 중에서)
◇지역 영화제의 매력은 뭘까? = "화려한 무대 의상도, 레드카펫도 없다. 큰 상영관에서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 얼굴 익숙한 배우들마저 휴가 온 사람인 양 편한 복장으로 마이크 앞에서 인사하고, 관객들 역시 바닷가 패션으로 그저 영화와 바다, 그곳의 여름 분위기를 즐긴다." (강원 양양 그랑블루페스티벌 중에서)
언젠가 아는 예술가 동생들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간다며 우르르 나서던 게 기억난다. 유행이 아닌 그들만의 개성을 쫓아다니는 친구들이기에 산악영화제에서 뭔가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김은 작가 역시 이런 마음으로 영화제를 찾아다녔다.
"멀티플렉스가 아니어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때로 색다른 공간에서 영화 관람이 더 재밌다. (중략)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를 상영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쯤 가 볼 만하며, 그곳에서 나의 취향과 너의 취향을 확인하는 동시에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잔뜩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2장 머리말 중에서)
2022 제2회 무학산영화제 포스터.
2022 제4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 포스터.
2022 제2회 섬마을영화제(통영) 포스터.
◇경남 지역 영화제들 = 이웃 부산에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큰 행사가 있긴 하지만 경남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다. 책 부록에 실린 것을 보면 창원에는 무학산영화제, 창원여성인권영화제, 창원환경영화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부마민주영화제가 있다. 진주에서는 진주같은영화제, 진주여성영화제가 열린다. 그리고 거창상천마을영화제, 통영 섬마을영화제, 합천수려한영화제, 사천인권영화제, 김해시민영화제가 있다.
이것 말고도 지난해 12회를 맞은 거창여성영화제, 4회째인 밀양장애인인권영화제, 6회를 맞은 김해장애인인권영화제도 있다. 양산영화제도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정기적인 건 아니지만 주한인도대사관 등이 개최한 인도영화제가 지난 1월 양산에서 열렸다. 2022년에는 김해에서도 인도영화제가 열린 적이 있다. 2019, 2020년 남해 지역민들이 기획한 시골영화제와 2019년 하동 악양면 평사리공원에서 열렸던 섬진 강바람 영화제도 잊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경상국립대 외국어 강사 스테판 알렉산더 라킨이 주도한 진주 필름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참여도를 볼 때 앞으로도 꾸준히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화제를 직접 찾아가 접한 영화 하나로 누군가는 인생이 바뀔 수도, 지워지지 않는 진한 추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만의 메시지와 색을 지닌 작은 영화제들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사라진 영화제도 꼭 다시 개막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프롤로그 중에서)
216쪽. 남해의봄날. 1만 6000원.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5191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영화제 소개
주제메·시지 따라 골라 보는 재미
섬마을·민주·인도 등 경남도 다양
여행책 말고 어디로 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통영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낸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다. 영화 쪽에서 오래 일한 김은 작가가 쓴 책으로 전국에 있는 크고 작은 영화제를 소개했다.
◇영화제 영화는 뭐가 달라? = "극장에 올리는 상업영화와 영화제의 영화는 상영 목적이 다르다. 전자는 관객에게 티켓을 팔아야 하는 영화, 후자는 세상에 보여 주고자 하는 영화다. (중략) 영화인으로서 꿈을 가진 사람들의 등용문이자, 상업적인 것이 아닌 남다른 콘텐츠를 원하는 관객에게 영화제는 더없이 이상적인 축제인 것이다."(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영화를 만드는 일(제작)과 영화를 관객이 보도록 하는 일(배급)은 별개의 과정이다. 영화를 잘 만들어도 배급을 못 하면 관객은 영화의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 투자를 받든, 투자를 하든 배급은 어쨌거나 돈이 드는 일이다. 예산이 적은 독립영화일수록 배급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 영화가 관객을 만날 좋은 기회가 영화제다. 이렇게 영화제는 신인 영화인들의 등용문 노릇을 한다.
특히,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일종의 지역 문화 잔치이기도 하다. 보통 지역 문화 단체나 공동체가 주관하는데, 제대로 하는 곳일수록 지역색을 잘 담아내려고 애쓴다.
"영화제가 주는 건 단지 영화만이 아니다. 지역과 공간, 그리고 이것을 꾸민 사람들이 담으려 한 감성이 한데 엉켜 공유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에게는 모든 요소가 하나하나 소중하다."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 중에서)
◇지역 영화제의 매력은 뭘까? = "화려한 무대 의상도, 레드카펫도 없다. 큰 상영관에서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 얼굴 익숙한 배우들마저 휴가 온 사람인 양 편한 복장으로 마이크 앞에서 인사하고, 관객들 역시 바닷가 패션으로 그저 영화와 바다, 그곳의 여름 분위기를 즐긴다." (강원 양양 그랑블루페스티벌 중에서)
언젠가 아는 예술가 동생들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간다며 우르르 나서던 게 기억난다. 유행이 아닌 그들만의 개성을 쫓아다니는 친구들이기에 산악영화제에서 뭔가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김은 작가 역시 이런 마음으로 영화제를 찾아다녔다.
"멀티플렉스가 아니어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때로 색다른 공간에서 영화 관람이 더 재밌다. (중략)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를 상영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쯤 가 볼 만하며, 그곳에서 나의 취향과 너의 취향을 확인하는 동시에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잔뜩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2장 머리말 중에서)
2022 제2회 무학산영화제 포스터.
2022 제4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 포스터.
2022 제2회 섬마을영화제(통영) 포스터.
◇경남 지역 영화제들 = 이웃 부산에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큰 행사가 있긴 하지만 경남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다. 책 부록에 실린 것을 보면 창원에는 무학산영화제, 창원여성인권영화제, 창원환경영화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부마민주영화제가 있다. 진주에서는 진주같은영화제, 진주여성영화제가 열린다. 그리고 거창상천마을영화제, 통영 섬마을영화제, 합천수려한영화제, 사천인권영화제, 김해시민영화제가 있다.
이것 말고도 지난해 12회를 맞은 거창여성영화제, 4회째인 밀양장애인인권영화제, 6회를 맞은 김해장애인인권영화제도 있다. 양산영화제도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정기적인 건 아니지만 주한인도대사관 등이 개최한 인도영화제가 지난 1월 양산에서 열렸다. 2022년에는 김해에서도 인도영화제가 열린 적이 있다. 2019, 2020년 남해 지역민들이 기획한 시골영화제와 2019년 하동 악양면 평사리공원에서 열렸던 섬진 강바람 영화제도 잊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경상국립대 외국어 강사 스테판 알렉산더 라킨이 주도한 진주 필름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참여도를 볼 때 앞으로도 꾸준히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화제를 직접 찾아가 접한 영화 하나로 누군가는 인생이 바뀔 수도, 지워지지 않는 진한 추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만의 메시지와 색을 지닌 작은 영화제들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사라진 영화제도 꼭 다시 개막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프롤로그 중에서)
216쪽. 남해의봄날. 1만 6000원.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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