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가 장강명은 최근 한 언론에 중년이 될수록 생각의 속도보다 깊이가 매력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지닌 지식에 주관, 경험까지 더한다면 소위 ‘콘텐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당부한 것은 ‘독서’다. 간접 체험과 지적 자극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책을 읽는 것이 으뜸이라면서 말이다.
#2. 지난 해 여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 특강에서 ‘좋은 검사의 필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글을 잘 쓸 것, 그리고 말을 잘 할 것이다. 언뜻 떠오르는 사명감이나 정의감 등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한 장관의 이어진 설명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그가 주목한 것은 검사라는 직업이 설명과 설득을 잘해야 하는 사람이라서다. 판사와 국민에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게 숙명인 이들이니 말이다. 이를 위해 한 장관은 신문 읽기를 당부했다. 이슈를 놓치면 뒤처지게 되고, 이슈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고 말하는 것을 위한 노력은 입이 아프도록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실천하는데 까지가 어려울 뿐이다. 자신의 깜냥을 높이기 위해서 또 보다 알찬 삶을 살기 위해서 글쓰기와 독서는 분명 훌륭한 밑거름이다.
최근 쓰고 읽고 말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공교롭게 세 권 모두 ‘여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행전문기자가 쓴 글쓰기 가이드를 시작으로, 십 수 년 동안 여행분야를 취재한 전문기자의 에세이, 그리고 베테랑 영화마케터가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제를 다니며 풀어낸 영화제 이야기까지 주제 또한 다양하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김은 지음. 남해의 봄날 펴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디에선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실제 그렇다. 매년 국내에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네임드(named) 영화제는 손에 꼽는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간다고 그 영화제의 재미나 매력이 떨어지느냐. 결단코 아니다라고 20년차 베테랑 영화 마케터인 저자 김은은 단언한다.
이 책은 20년 간 영화계에서 활약한 베테랑 홍보 마케터 김은 작가가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일단 그 면면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여름 숲속 한가운데 쏟아지는 별빛 아래 펼쳐진 야외상영관의 낭만으로 입소문 난 산골영화제부터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와도 같은 영화제,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과 영화의 맛있는 한상차림까지 상상하면 눈앞에 내놓는 마법램프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먼저 읽은 영화인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제작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이자 영화 ‘거룩한 계보’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연출한 장진 감독은 읽다 보니 부러워지고 책을 덮을 쯤엔 부끄러워졌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태평스럽게 ‘누군가 봐 주겠지’ 하고 기다린 내가 축제를 찾아 영화를 발견하는 김은의 여정에 이토록 초라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남한산성’ 등의 분장감독을 역임한 조태희 하늘분장 대표는 영화제를 보면 오히려 영화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신기함을 경험한다면서 영화보다 더 다양한 영화제를 경험과 통찰력으로 엮은 이 책을 읽고 한 분야의 끈질긴 집념을 동경해 본다고 술회했다.
실제 책 속의 영화제 이야기는 더욱 감정을 흔든다. 서핑 그리고 영화가 있는 강원도 양양의 그랑블루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책 속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여느 영화제처럼 화려한 무대 의상도, 레드카펫도 없다. 큰 상영관에서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
얼굴 익숙한 배우들마저 휴가 온 사람인양 편한 복장으로 마이크 앞에서 인사하고,
관객들 역시 바닷가 패션으로 그저 영화와 바다, 그곳의 여름 분위기를 즐긴다.
소박한 바닷가 상영관에서 물과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하루에 한두 편 상영되는 느슨한 영화제.
해마다 거창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 ‘밤샘 상영’, ‘새벽 요가’ 같은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코너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예매 경쟁도 없으니 치열함도 없다. 선글라스를 쓰고 새카맣게 그을린 모두가 밤에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영화와 인생을 이야기한다. "
힐링과 즐거움 등 온갖 행복한 단어들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와 여행이 하나가 돼 온전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란 상상도 갖게 한다. 역시나 이 책을 낸 이들의 예언은 적중한 듯 하다. 책을 덮을 쯤엔 가고 싶은 영화제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기사원문 https://www.mk.co.kr/news/culture/10740899
결국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고 말하는 것을 위한 노력은 입이 아프도록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실천하는데 까지가 어려울 뿐이다. 자신의 깜냥을 높이기 위해서 또 보다 알찬 삶을 살기 위해서 글쓰기와 독서는 분명 훌륭한 밑거름이다.
최근 쓰고 읽고 말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공교롭게 세 권 모두 ‘여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행전문기자가 쓴 글쓰기 가이드를 시작으로, 십 수 년 동안 여행분야를 취재한 전문기자의 에세이, 그리고 베테랑 영화마케터가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제를 다니며 풀어낸 영화제 이야기까지 주제 또한 다양하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김은 지음. 남해의 봄날 펴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디에선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실제 그렇다. 매년 국내에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네임드(named) 영화제는 손에 꼽는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간다고 그 영화제의 재미나 매력이 떨어지느냐. 결단코 아니다라고 20년차 베테랑 영화 마케터인 저자 김은은 단언한다.
이 책은 20년 간 영화계에서 활약한 베테랑 홍보 마케터 김은 작가가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일단 그 면면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여름 숲속 한가운데 쏟아지는 별빛 아래 펼쳐진 야외상영관의 낭만으로 입소문 난 산골영화제부터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와도 같은 영화제,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과 영화의 맛있는 한상차림까지 상상하면 눈앞에 내놓는 마법램프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먼저 읽은 영화인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제작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이자 영화 ‘거룩한 계보’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연출한 장진 감독은 읽다 보니 부러워지고 책을 덮을 쯤엔 부끄러워졌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태평스럽게 ‘누군가 봐 주겠지’ 하고 기다린 내가 축제를 찾아 영화를 발견하는 김은의 여정에 이토록 초라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남한산성’ 등의 분장감독을 역임한 조태희 하늘분장 대표는 영화제를 보면 오히려 영화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신기함을 경험한다면서 영화보다 더 다양한 영화제를 경험과 통찰력으로 엮은 이 책을 읽고 한 분야의 끈질긴 집념을 동경해 본다고 술회했다.
실제 책 속의 영화제 이야기는 더욱 감정을 흔든다. 서핑 그리고 영화가 있는 강원도 양양의 그랑블루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책 속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여느 영화제처럼 화려한 무대 의상도, 레드카펫도 없다. 큰 상영관에서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도 않는다.
얼굴 익숙한 배우들마저 휴가 온 사람인양 편한 복장으로 마이크 앞에서 인사하고,
관객들 역시 바닷가 패션으로 그저 영화와 바다, 그곳의 여름 분위기를 즐긴다.
소박한 바닷가 상영관에서 물과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하루에 한두 편 상영되는 느슨한 영화제.
해마다 거창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 ‘밤샘 상영’, ‘새벽 요가’ 같은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코너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예매 경쟁도 없으니 치열함도 없다. 선글라스를 쓰고 새카맣게 그을린 모두가 밤에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영화와 인생을 이야기한다. "
힐링과 즐거움 등 온갖 행복한 단어들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와 여행이 하나가 돼 온전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란 상상도 갖게 한다. 역시나 이 책을 낸 이들의 예언은 적중한 듯 하다. 책을 덮을 쯤엔 가고 싶은 영화제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기사원문 https://www.mk.co.kr/news/culture/10740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