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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국민일보_[책과 길]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로컬 출판사 5곳 뭉쳤다… 지역 이야기 들어보라

namhaebomnal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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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야기를 전하는 새로운 인문 시리즈 ‘어딘가에는 @ 있다!’를 시작한 다섯 곳의 로컬 출판사 대표들이 각자 만든 책을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뒤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포도밭출판사 최진규, 열매하나 천소희, 온다프레스 박대우, 이유출판 유정미,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남해의봄날 제공


강원도 고성의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의 포도밭출판사, 대전의 이유출판,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 서울에서 살다가 지역으로 이주해 단단하면서도 색깔 있는 책들을 선보이는 출판사들이다. 이 다섯 개의 지역 출판사가 2년 전에 모였다. 지역 이야기를 다루는 인문 시리즈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는 “지역에는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농업, 생태, 이주여성, 지방소멸 등 중요한 이슈도 많다. 하지만 열심히 책을 만들어도 주목받기 어렵다”면서 “지역 출판사들이 함께 시리즈를 기획하면 더 강력하게 지역 이야기를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달 줌으로 원격회의를 하면서 각자 책을 준비하고 공동 디자인과 편집·인쇄 작업을 거쳐 동시에 책을 냈다.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로 출간된 다섯 권의 책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한 권 한 권이 다 흥미롭다.


열매하나 출판사는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는 책을 만들었다. 저자는 순천 원도심에서 도시재생과 정원만들기 사업을 하는 청년 문화기획자. 출판사 대표는 “순천 공동체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고 숲에 펼쳐진 시장에서 간식을 사 먹다 이 일을 기획한 성해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대다수 또래 친구들이 꿈을 찾아 서울로 향할 때 오히려 지역으로 돌아와 순천 곳곳에서 재미난 일을 벌이는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그가 3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정원마을을 일군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 단번에 책으로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포도밭출판사 대표는 매일 저녁 사무실 창밖에서 누군가 베트남어로 전화하는 소리를 듣는다. 바로 옆 주택에 사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마당에 나와 친구와 통화하는 소리다. 날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통화 소리를 들으며 어떤 대화를 하는 걸까 내심 궁금했다는 그는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책을 펴냈다. 옥천군에 사는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옥천신문 기자 출신인 한인정씨가 기록했다.


이 책이 들려주는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는 호소에 그치지 않는다. 옥천군 이주여성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주여성협의회를 꾸려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저자는 이들을 “이 시대의 용감한 생존자”로 평가하는 한편 “싸우는 여자들”이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온다프레스는 강원도 태백으로 이주해 레터프레스(활판인쇄) 작업을 하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를 선보였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창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마흔에 가족과 함께 고성으로 이주해 아야진항 어촌 마을에서 고성 유일의 출판사를 창업했다.


남해의봄날은 로컬 출판사의 모델 같은 곳이다. 올해로 창업 10년을 맞으며 로컬 출판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 ‘봄날의책방’은 전혁림미술관과 인접해 있으며 통영 관광의 명소가 됐다. 남해의봄날은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을 속속들이 파헤친 식문화 취재기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를 출간했다.


이유출판은 디자이너와 건축가 부부가 운영하는 출판사다. 부부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온 지 6년이 된다. “하루는 대전역 남쪽 끝으로 가보았습니다. 빼꼼히 열린 문 사이로 불꽃이 일고 거친 쇳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철공소 거리’였습니다.… 반세기에 걸친 우여곡절과 화양연화의 인생 스토리가 기름때와 범벅이 되어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 장인의 생애를 통해 대전 원동 철공소거리의 역사를 정리한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라는 책이 나왔다.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를 펼치면 지역의 냄새가 훅 끼쳐온다. 로컬 출판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진짜 로컬 콘텐츠다. ‘어딘가에는’ 우리가 잘 모르고, 또 알아야 하는 사람과 이야기, 이슈가 ‘있다!’ 그 ‘어딘가’는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지방이다.


최진규 포도밭출판사 대표는 “지역이 도시인들의 삶과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지역의 일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환기하는 시리즈로 읽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대우 대표도 “출판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서사나 문학도 수도권에 편중된 게 사실”이라며 “지역에도 글 쓰는 이들이 있고 좋은 이야기들이 있다. 지방이 위태롭다고 하지만 이 안에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는 이어질 예정이다. 박 대표는 다음 책으로 양구에서 버려진 사과를 갖고 애플 사이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3794&code=13150000&sid1=p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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