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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여성신문_"국제무역이 아니라 지역경제가 지구를 살린다"

namhaebomnal
2020-01-04
조회수 1322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성신문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를 지난 10월 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났다. ‘리틀 티벳’이라고 불리는 인도 라다크의 삶에서 인류가 나갈 길을 찾아야 하다고 그가 주장했을 때, 필자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불편했다.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도 싫었지만, 아시아를 신비화하고 빈곤까지도 낭만화 하는 시선들은 종종 빅 시스터(Big Sister)식 보호나 동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괜스레 그의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인상까지 정치적이지 않아보였다. 그의 책을 펼치지도 않았었다. 만날 준비를 하면서 그의 책을 펼쳤을 때, 수려하고 섬세한 글 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지적 옹졸함으로 눈을 가린 나를 발견했다.

“지역이 우리가 나갈 길이다”

사람들은 발전 개념을 비판해왔다. 북유럽 국가들도, 중국도, 우리나라도 발전이 아니라 나눔과 돌봄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노르베리 호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말로만 그럴 뿐 전혀 준비되지 않다. 지난 3년간 영국이 브렉시트에 들어갈까 말까로 시끄러웠던 이유도 국제 무역에서 유리한 거점을 따진 것이다. 나는 발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나의 메시지는 지역경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발전론은 국제 무역과 그것을 주도하는 대기업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노르베리 호지는 “지역경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지역에서 필요한) 더 많은 의사와 더 많은 교사를 배출하고 더 많은 사람이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글로벌 구조의 하청이나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 무역도 하고 지역도 발전시키면 안 되는 걸까? 국제 무역으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국제 무역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필자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노르베리 호지는 분명하게 ‘지역이 우리가 나갈 길이다(Local is our future)’라며 경제구조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었다.

기후변화·경제 문제는 로컬의 문제

“이제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경제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국제무역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침묵한다. 개인들에게 차를 운전하지 말고, 여행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것이 무역정책으로 들어가면 바뀐다. 관광정책을 강하게 지원하고, 더 많은 무역을 강조하며 세계적인 운송을 증진시키고 있다.” 노르베리 호지의 날카로운 지적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며 탄소발자국이 부자나라에 책임이 더 크다고 이야기 하지만, 국제 무역 구조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하청을 주고 있어서,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그린 가스는 심각하다. 그린가스는 전 지구적인 문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와 최형미 객원기자.

국제무역의 경영 비밀

국제무역이 이뤄지는 방식은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 영국을 예를 들면 그들은 수십억톤의 소고기를 수출하고 수십억톤의 소고기를 수입한다. 같은 물품을 수입하고 동시에 수출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생선의 뼈를 제거하고 포장하기 위해 중국으로 보냈다가 다시 가져온다. 사과세척을 위해 비행기를 태워 보냈다가 다시 받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왜내고 물으면 국제 무역의 경영비밀이라고 응답할 뿐이다. 기후변화 협정에서는 이렇게 배출되는 그린 가스는 계산되지 않고 있다.

탄소가 문제라고 이야기 하니 기업들은 탄소 거래제를 들여와 돈을 내고 쿠폰을 산다. 이후 마음대로 탄소를 배출해도 된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수백만 나무를 심는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GMO(유전자변형생물) 유칼립투스 나무를 다량 심었다. 지역주민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양성도 고려하지 않았고 식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이 또 다른 환경재앙을 만들고 있다.

‘빅픽처 액티비즘’을 열어야

사람들은 국제 무역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무슨 전략을 쓰는지 모른다. 학계도, 미디어도 심지어 정의와 환경을 이야기 하는 국가도 침묵한다. 다국적 기업의 지원을 받는 그들이 비밀을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보가 없으니 사람들은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8개 국어를 구사하고 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을 해온 노르베리 호지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알았다. “자살, 우울증, 환경오염, 도시화, 실업, 노동증가, 범죄 등의 문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노예무역’에서 ‘식량무역’까지 확장되어오는 국제 무역 때문이다. 국제 무역은 사람들에게 서구적 기준만을 옳게 여기게 했으며, 사람들에게 자기 소외를 겪게 한다”고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들이 자기 탓을 하고 국가 탓을 하며 우울감을 겪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만약 그들이 겪는 소외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압박이며 트렌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을 임파워(empower)할 수 있다. 이 같은 ‘빅픽처 액티비즘 운동’을 위해 각국 활동가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 내용을 담은 노리베리 호지의 책 『로컬의 미래』(최요한 역, 남해의 봄날)가 지난해 출간되었다.

여자들이 해야 할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다수 남성 대표들은 여전히 경제 발전과 기회를 이야기 한다. “내 주변에 대안경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기술, 돈, 에너지다. 식량과 농사를 이야기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농업이다.” 노르베리 호지는 에코페미니스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돌봄과 나눔이 있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바꾸길 원했다. 긴머리를 찰랑대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 그를 따라 걷는데 숨이 가빴다. 그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힘세고 정의로운 여성이었다.


최형미 객원기자(여성학자) press@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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