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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과 작가, 그리고 회사 이야기를 소개한 언론 보도입니다

광주드림_[작은 책방, 우리 책들]마을과 관계를 꿰뚫는 책

namhaebomnal
2020-01-04
조회수 1036



필자가 광주로 이사 온 것은 2009년 12월, 아직은 별로 춥지 않은 날이었다. 아니 남쪽이라 덜 춥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곳에 세 식구가 이사와 자리를 잡은 날, 광주로 올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준 지인이 와서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는 말이 너무 느긋해서 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이고 낯설음으로 웅크려들기만 했던 일생 최대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서야 이웃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광주 광산구에서 작은 동네책방과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며, 옥수수를 들고 찾아오는 이웃들과 실없는 농담에 마냥 행복해하는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다.
 
▲‘나의 광주 정착기’를 떠올리며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김효경 글, 남해의 봄날)를 읽다보니 10여년 전 광주에 자리를 잡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작가의 간증 같은 글을 읽으며 ‘나의 광주 정착기’가 생각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상황과 이유가 있건 간에 결국 누군가와 관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고, 나 역시 이곳에서 자리잡고 지금껏 살아올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은 결국 얽히고 설키며 만난 이웃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마을공동체’에 대해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그것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발견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만큼 ‘삶’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어떤 사업이나 시도들만 난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진짜 살아가는 일에 울타리가 되는 마을과 관계란 무엇인가? 유·무형의 것을 넘어서서 진짜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삶에서 ‘마을’이 필요하고 존재하는가?
 
 이 마을에서 살기 전까지는 나 또한 관계는 얽매고 눈치 보게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공동체와 관계를 실제로 겪어본 이후에 나는 이웃과의 아웅다웅 투닥거리는 삶의 경험이, 그 과정을 동반한 교감과 보살핌이 이 고립과 짜증의 사회에 약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관계에는 비용이 들지만 이를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186쪽)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에서 작가는 여러 우연과 갈망이 섞여 수도권의 대규모 신도시 바로 옆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시골마을로 이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와 마을을 경험한다. 그동안의 신념으로 품고 살아왔던 많은 것들이 다르게 적용되는 곳에서 진짜 행복을 경험한 그는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궁금해 졌고 1년여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나름의 근거와 함께 자신의 경험담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최근에 마을의 변화와 공동체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처럼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했으나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힘주어 부르짖지 않고 부담없이 적어 내려가면서도 마을과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내용을 만나기란 매우 드문 일이다. 놀라운 이 책을 펼치고 담담한 말투로 소개되는 작가의 경험을 따라 읽다보면, 그가 그랬듯 어느새 마을이 주는 온기가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어떻게 살아야 더 많이 웃을까?
 
 사랑받는 이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알게 되며,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공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점에 자신감을 얻는다. 마을의 어른들은 내가 불안과 수치의 카드를 뒤집어엎고 다른 이에게 자존의 카드를 먼저 내미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이기심에 비해 비생산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배려나 존중, 평등의 자산은 실제로는 치유와 소통, 관계라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전염성이 강하고 생각보다 쉽게 선순환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조금씩 바뀌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바꾸기도 했다. (104쪽)
 
 ‘괜찮아?’라고 마을이 물었다 / 아, 나 이 동네 너무 사랑해! / 마을에서 꽉 쥔 손을 펴다. / 공짜커피를 내리는 반자본의 카페 / 누가 썰매를 이리도 많이 만들어 놓았을까 / 이 마을에서 아이가 자란다면……목차에 있는 책의 소제목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용이 궁금해졌다. 작가는 마냥 낭만적인 마을에 대한 이상향을 설파하진 않는다. 마을살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피로감 등에 대해서도 모른 척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질문이 일어난다. 책을 덮으며 뒷 표지에 적힌 ‘사람들은 왜 이 마을에서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해졌을까’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되묻고 있었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기사 원문 보기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7&uid=498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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