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이중섭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
백석과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의 인연을 따라
통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책 소개
화가 이중섭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
백석과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의 인연을 따라
통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독특한 시적 표현과 절절한 짝사랑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시인 백석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담아내며 그 천재성이 돋보이는 화가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평북 정주 오산학교에서 수학한 선후배 사이다. 촉망받는 시인이자 멋쟁이로 유명했던 백석, 원산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형을 둔 부잣집 아들 이중섭. 두 사람은 익히 서로를 알고 있었다. 백석은 1936년 기자 시절 통영을 방문해 시를 남겼고, 그로부터 17년 후, 이중섭이 같은 공간을 방문해 그림을 남겼다. 다른 시간대, 같은 공간을 거쳐 간 두 예술가는 무엇을 보고 저마다 작품을 남겼을까.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 ‘통영’
이중섭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담은 소설 <참 좋았더라>에서도 ‘충렬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장편소설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이중섭이 그림으로 남긴 충렬사는, 백석 시에 등장하는 ‘낡은 사당’이며, 그곳에서 백석은 미처 만나지 못한 ‘내 사람’을 그리워한다. 이중섭 또한 일본에 있어 만날 수 없는 가족을 생각하며 이곳 충렬사를 화폭에 담았다. 두 예술가의 ‘내 사람’을 향한 애틋하고도 절절한 그리움의 편지가 소설 <내 사람을 생각한다>에서 새로이 펼쳐진다.
저자 소개
김탁환
1968년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10년 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이후 많은 반향을 일으킨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살아야겠다>를 발표하였다.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과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 <참 좋았더라>를 비롯 32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엄마의 골목> 등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이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열녀문의 비밀>, <노서아 가비>, <조선마술사>, <대장 김창수>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2020년 겨울, 그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초보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논밭을 일구는 틈틈이 이야기학교와 생태책방과 마을영화제까지 공동체 활동도 함께 꾸려가며 마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2023년 곡성에서 구상하고 집필한 대하소설 <사랑과 혁명>을 출간하였고, 3년간 전국 곳곳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집필한 소설 <참 좋았더라>를 썼다. <참 좋았더라> 속에 담지 못한 백석과 이중섭의 이야기를 번외편 <내 사람을 생각한다>에 담았다.
출판사 리뷰
통영은 어떤 곳이었기에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대작을 남겼을까.
씨실과 날실을 엮듯 역사적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완성되는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 이야기
“통영을 답사하며 충렬사 돌층계를 종종 오르내렸다. 그 돌층계에 앉았던 이가 1950년대 화가 이중섭이고 1930년대 시인 백석이다. 이중섭이 그린 〈충렬사〉의 도드라진 돌층계가 백석이 지은 ‘통영’의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인 것이다. 거기서 명정골을 내려다보면 크고 정갈한 기와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좋았더라〉를 쓰는 내내 내 마음이 가닿은 집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 누가 생각했을까. 시인 백석과 화가 이중섭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을. 세간에 알려진 그들의 작품과 생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쉽사리 생각하지 못한다. 김탁환 작가는 전작 <참 좋았더라>를 집필하며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단단하게 매듭지어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사료를 읽고 답사를 하노라면, 이번 작품엔 녹일 수 없지만 매력적인 소재를 접하기도 한다. 소설가들은 이것을 ‘이삭줍기’라고 부른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북에서 같은 것을 먹고 자란 정서적 공감, 동문으로 수학하고, 공통의 지인이 존재하며, 마침내 ‘란’이라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김탁환 작가가 ‘이삭줍기’로 엮은 이야기는 백석과 이중섭을 작품 너머의 존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로서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전한다. 그들 사이의 숨은 인연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만나는 이중섭의 편지
이중섭 하면 가족에게 보내는 수많은 편지가 떠오른다. 일본인 아내에게 보내기에 일본어로 쓴 그림 편지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중섭이 한글로 편지를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 김탁환 작가가 그려낸 이중섭의 편지에는 이북의 정서와 특유의 표현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잣눈은 끝도 없이 쌓이고 봇나무는 회창회창 우는데, 단 한 권의 시집만 남긴 시인의 화락한 혼은 어디를 헤맬까요.”
마치 또다른 백석의 시를 읽는 것 같은 흥미로움이 생긴다. 단어 단어마다의 의미를 생각하며 음미하는 것 또한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책 속에서
통영에서 부산으로 이어진 바다는 유강렬의 바다이기도 하고 이중섭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뱃길은 이어지고, 배가 다니기 전에도 물고기들이 계절을 따라 숱하게 오갔으니, 통영 바다는 원산 바다이기도 하고 함흥 바다이기도 하고 북청 바다이기도 합니다. 함흥 바다를 보며 통영 바다를 그리셨듯이, 통영 바다를 지중지중 거닐며 형님의 바다를 지금 매만집니다. p.12
붕어곰, 송구떡, 매감탕, 두부산적, 국수, 무이징게국, 니차떡, 도토리범벅, 콩가루차떡, 죈두기송편, 돌나물김치, 물구지우림, 반디젖. 혀로 쓴 시들을 읽고 나면, 붓을 물고 그려 볼까 싶습니다. 탁월한 요리사는 많지만, 문장으로 귀한 맛을 내는 이는 매우 적으니까요. 더군다나 저는 형님이 제시하는 음식들을 평원에서 평양에서 정주에서 원산에서 이미 맛보았기에, 그 단어 그 문장마다 도리깨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에 담긴 음식들로만 거한 잔칫상을 캔버스에 차리기도 했습니다. 정성을 다해도 턱없이 모자랐지만. p. 16
형님께 편지를 쓰고 또 쓰는 것도 부끄러움 때문이란 걸, 청마 선생님과 커피를 마신 오늘 깨달았습니다. 형님은 가족과 조만식 선생님 곁에 남으셨습니다. 원산의 어머니와 생이별하고 도쿄의 아내와 두 아들을 챙기지 못한 저와는 전혀 다른 분입니다. 이러쿵저러쿵 시룽거리는 불평객 중에서 형님만큼 든든한 가장이자 충직한 비서로 한결 같은 이가 있겠습니까. p.28
시인과 화가의 손장심31)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요? 일찍이 불란서 시인 보들레르는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을 썼습니다. 부끄럽지만, 부산에서 만난 몇몇 시인들은 제 그림을 보곤 시상(詩想)이 떠올랐다더군요. 시적(詩的)인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습니다. 시적인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형님이 언젠가 제 그림을 본 후 쓰고 싶단 생각이 드셨으면 합니다. 시라면 더없이 좋고, 산문도 감읍할 따름입니다. p.60
차례
하나. 화가와 시인
둘. 돌층계처럼
셋. 란을 찾아서
작가의 말
참고 문헌
화가 이중섭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
백석과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의 인연을 따라
통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책 소개
화가 이중섭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
백석과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의 인연을 따라
통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독특한 시적 표현과 절절한 짝사랑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시인 백석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담아내며 그 천재성이 돋보이는 화가 이중섭. 두 천재 예술가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평북 정주 오산학교에서 수학한 선후배 사이다. 촉망받는 시인이자 멋쟁이로 유명했던 백석, 원산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형을 둔 부잣집 아들 이중섭. 두 사람은 익히 서로를 알고 있었다. 백석은 1936년 기자 시절 통영을 방문해 시를 남겼고, 그로부터 17년 후, 이중섭이 같은 공간을 방문해 그림을 남겼다. 다른 시간대, 같은 공간을 거쳐 간 두 예술가는 무엇을 보고 저마다 작품을 남겼을까.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 ‘통영’
이중섭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담은 소설 <참 좋았더라>에서도 ‘충렬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장편소설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이중섭이 그림으로 남긴 충렬사는, 백석 시에 등장하는 ‘낡은 사당’이며, 그곳에서 백석은 미처 만나지 못한 ‘내 사람’을 그리워한다. 이중섭 또한 일본에 있어 만날 수 없는 가족을 생각하며 이곳 충렬사를 화폭에 담았다. 두 예술가의 ‘내 사람’을 향한 애틋하고도 절절한 그리움의 편지가 소설 <내 사람을 생각한다>에서 새로이 펼쳐진다.
저자 소개
김탁환
1968년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10년 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이후 많은 반향을 일으킨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살아야겠다>를 발표하였다.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과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 <참 좋았더라>를 비롯 32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엄마의 골목> 등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이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열녀문의 비밀>, <노서아 가비>, <조선마술사>, <대장 김창수>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2020년 겨울, 그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초보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논밭을 일구는 틈틈이 이야기학교와 생태책방과 마을영화제까지 공동체 활동도 함께 꾸려가며 마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2023년 곡성에서 구상하고 집필한 대하소설 <사랑과 혁명>을 출간하였고, 3년간 전국 곳곳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집필한 소설 <참 좋았더라>를 썼다. <참 좋았더라> 속에 담지 못한 백석과 이중섭의 이야기를 번외편 <내 사람을 생각한다>에 담았다.
출판사 리뷰
통영은 어떤 곳이었기에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대작을 남겼을까.
씨실과 날실을 엮듯 역사적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완성되는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 이야기
“통영을 답사하며 충렬사 돌층계를 종종 오르내렸다. 그 돌층계에 앉았던 이가 1950년대 화가 이중섭이고 1930년대 시인 백석이다. 이중섭이 그린 〈충렬사〉의 도드라진 돌층계가 백석이 지은 ‘통영’의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인 것이다. 거기서 명정골을 내려다보면 크고 정갈한 기와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좋았더라〉를 쓰는 내내 내 마음이 가닿은 집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 누가 생각했을까. 시인 백석과 화가 이중섭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을. 세간에 알려진 그들의 작품과 생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쉽사리 생각하지 못한다. 김탁환 작가는 전작 <참 좋았더라>를 집필하며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단단하게 매듭지어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사료를 읽고 답사를 하노라면, 이번 작품엔 녹일 수 없지만 매력적인 소재를 접하기도 한다. 소설가들은 이것을 ‘이삭줍기’라고 부른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북에서 같은 것을 먹고 자란 정서적 공감, 동문으로 수학하고, 공통의 지인이 존재하며, 마침내 ‘란’이라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김탁환 작가가 ‘이삭줍기’로 엮은 이야기는 백석과 이중섭을 작품 너머의 존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로서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전한다. 그들 사이의 숨은 인연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만나는 이중섭의 편지
이중섭 하면 가족에게 보내는 수많은 편지가 떠오른다. 일본인 아내에게 보내기에 일본어로 쓴 그림 편지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중섭이 한글로 편지를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 김탁환 작가가 그려낸 이중섭의 편지에는 이북의 정서와 특유의 표현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잣눈은 끝도 없이 쌓이고 봇나무는 회창회창 우는데, 단 한 권의 시집만 남긴 시인의 화락한 혼은 어디를 헤맬까요.”
마치 또다른 백석의 시를 읽는 것 같은 흥미로움이 생긴다. 단어 단어마다의 의미를 생각하며 음미하는 것 또한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책 속에서
통영에서 부산으로 이어진 바다는 유강렬의 바다이기도 하고 이중섭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뱃길은 이어지고, 배가 다니기 전에도 물고기들이 계절을 따라 숱하게 오갔으니, 통영 바다는 원산 바다이기도 하고 함흥 바다이기도 하고 북청 바다이기도 합니다. 함흥 바다를 보며 통영 바다를 그리셨듯이, 통영 바다를 지중지중 거닐며 형님의 바다를 지금 매만집니다. p.12
붕어곰, 송구떡, 매감탕, 두부산적, 국수, 무이징게국, 니차떡, 도토리범벅, 콩가루차떡, 죈두기송편, 돌나물김치, 물구지우림, 반디젖. 혀로 쓴 시들을 읽고 나면, 붓을 물고 그려 볼까 싶습니다. 탁월한 요리사는 많지만, 문장으로 귀한 맛을 내는 이는 매우 적으니까요. 더군다나 저는 형님이 제시하는 음식들을 평원에서 평양에서 정주에서 원산에서 이미 맛보았기에, 그 단어 그 문장마다 도리깨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에 담긴 음식들로만 거한 잔칫상을 캔버스에 차리기도 했습니다. 정성을 다해도 턱없이 모자랐지만. p. 16
형님께 편지를 쓰고 또 쓰는 것도 부끄러움 때문이란 걸, 청마 선생님과 커피를 마신 오늘 깨달았습니다. 형님은 가족과 조만식 선생님 곁에 남으셨습니다. 원산의 어머니와 생이별하고 도쿄의 아내와 두 아들을 챙기지 못한 저와는 전혀 다른 분입니다. 이러쿵저러쿵 시룽거리는 불평객 중에서 형님만큼 든든한 가장이자 충직한 비서로 한결 같은 이가 있겠습니까. p.28
시인과 화가의 손장심31)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요? 일찍이 불란서 시인 보들레르는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을 썼습니다. 부끄럽지만, 부산에서 만난 몇몇 시인들은 제 그림을 보곤 시상(詩想)이 떠올랐다더군요. 시적(詩的)인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습니다. 시적인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형님이 언젠가 제 그림을 본 후 쓰고 싶단 생각이 드셨으면 합니다. 시라면 더없이 좋고, 산문도 감읍할 따름입니다. p.60
차례
하나. 화가와 시인
둘. 돌층계처럼
셋. 란을 찾아서
작가의 말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