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에게 건내는
진짜 제주의 이야기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
책소개
제주가 뻔하다고?
마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나서야 보이는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진짜 제주!
제주 마을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수집하여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평대 앞바다에 좌초된 에스파냐 상선에 얽힌 이야기, 횃불과 노끈을 들고 동굴 탐험에 나섰던 꼬마 탐험대의 모험, 500년 넘은 초등학교 담장의 역사, 여행자가 다 빠져나간 뒤의 우도 풍경 등 마을 사람들만 아는 아름답고 신비하고 흥미로운 제주 이야기를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등으로 사랑받는 정다운 작가가 다정한 목소리로 전해 준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박한 풍경도 마을 삼춘들에게 숨은 이야기를 듣고, 좋은 여행 친구와 수다 떨 듯 곱씹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진귀한 보물로 다가온다.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을 삼춘, 여행 친구와 함께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제주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정다운
2013년부터 제주에 살며 글을 쓰고 있다. 제주 이주민 인터뷰집 〈제주에서 뭐하고 살지?〉, 바르셀로나 생활기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남미 여행기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등을 썼다. 주변에서 작고 빛나는 것을 건져내어 살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주에 사는 동안 최대한 제주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여행자들이 제주를 한데 뭉뚱그려 납작하게 보기보다는 이곳에 사는 사람, 길 위에서 만나는 동물, 눈앞의 바다, 오름, 돌, 나무, 바람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며 제주의 행간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 리뷰
카페와 맛집, 바다와 오름만으로는 아쉽다면
제주 마을 길을 걸어야 한다!
제주는 독보적인 여행지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성한 즐길거리로 채워진,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고 머물고 살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식상하다, 비싸다, 불친절하다 등 냉소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주는 그 어느 곳보다 사랑과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는 뜨거운 섬이다.
그러나 사실 제주는 여행지이기 전에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생활의 공간이다. 오래 전부터 거친 자연 속에서 이웃과 서로 돕고 살아 온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이 이어온 독특한 문화와 크고 작은 이야기가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멋진 카페와 유명 맛집도 좋고 짙푸른 바다와 각양각색 오름도 좋지만, 이제 마을로 가 보자. 그렇다면 분명 제주를 보는 눈도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제주가 마을 길 곳곳에 숨어 있다.
제주 마을 구석구석에서 삼춘들과 수집한
신비롭고 아름답고 가슴 시린 진짜 제주 이야기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는 정다운 작가가 평대리, 우도, 수산리 등 마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수집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제주는 이웃한 마을이라도 전혀 다른 환경과 생태,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 마을 삼춘들도 저마다 살피고 수집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제주, 그리고 마을에 대한 굳건한 애정이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곱게 모아서 여행자들에게 건넨다.
“처음 어르신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던 거야. 그래서 큰일 났다 했지. 빨리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고 만나기 시작했어. 나는 동네 어른들하고 편하게 지내니까 이불 속에 같이 누워서 듣기도 하고,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어르신들이랑 한 공간에서 편하게 있다 보면 그동안 내놓지 못했던 아픈 것도 내놔. 내가 마을을 안내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풍경과 이야기가 겹쳐져 있어. 그래서 그걸 들려주는 거야. 그분들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나하고 만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전달해서 뭔가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진짜 소중한 곳이다’라는 사실.”-책 속에서
평대리 부석희 삼춘은 연세 많은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희미해진 침몰한 보물선 이야기, 마을에 사셨던 하르방 삼총사 이야기 등 잊혀지는 기억을 찾아내고 사라지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스스로를 수산리가 키워줬다 말하는 오은주 삼춘은 수산리의 수산초등학교의 500년 넘은 담장과 구슬잣밤나무에 얽힌 옛 풍경, 제주 제2공항이 생기면 사라질 운명에 놓인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들을 보여준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끊긴 뒤 바람을 안고 오르는 우도봉, 계절마다 달라지는 바닷속 풍경 등 강은희 삼춘 덕분에 발견한 우도 풍경은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또 다르다. 김녕마을의 만장굴이 발견되기까지의 모험담, 일제강점기, 4·3사건, 한국전쟁 등 가슴 시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모슬포의 역사 등 제주 여행자라면 한 번쯤 가 보았을 마을에 숨겨진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이야기들이 빼곡한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와 함께라면 제주를 여러 번 방문했던 여행자, 혹은 제주에 살거나 제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낯선 시선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정한 목소리, 상상하게 만드는 글
이것은 사랑, 분명한 사랑
책을 쓴 정다운 작가는 제주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삼춘들과 마을 길을 걷고 취재하며 제주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존재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사랑이라 이야기한다.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전해주는, 제주에 살면서도 여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은 정다운 작가의 다정한 글 덕분에 제주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풍경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자꾸만 상상하게 만드는 글을 함께 걷는 듯 읽다 보면 제주와 스미듯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새 발걸음이 제주로 향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게 사랑의 시작인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다 알 것 같고, 알게 된 것 같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나와 아주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가 낯설어진다. 그 낯섦을 다시 친숙함으로 바꾸는 과정이 사랑이고, 낯섦을 극복해야 사랑은 오래간다.” –책 속에서
책 속에서
P. 10
오래 걸렸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진짜 제주를 조금 알 것 같다. 제주는 맛집과 카페와 관광지들이 점점이 모여 있는 섬이 아닌 사람과 자연과 이야기, 아름다움과 아픔이 얽혀 어우러진 섬이다. 삼춘들과 함께 마을을 걷는 동안 점과 점 사이에 진한 선이 생겼고, 선이 면이 되었다. 제주의 점선면을 담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삼춘들과 함께 썼다.
P. 37
부석희 삼춘을 만나고, 함께 평대리를 걸으며 처음 걷는 골목을 만났고, 처음 듣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삼춘과 평대리를 걸은 후, 다시 혼자 평대리를 걸으니 내가 알던 작은 마을 평대리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친해진 것 같냐 하면, 사실은 좀 낯설다.
나는 이게 사랑의 시작인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다 알 것 같고, 알게 된 것 같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나와 아주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가 낯설어진다. 그 낯섦을 다시 친숙함으로 바꾸는 과정이 사랑이고, 낯섦을 극복해야 사랑은 오래간다.
P. 64
처음 어르신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던 거야. 그래서 큰일 났다 했지. 빨리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고 만나기 시작했어. 나는 동네 어른들하고 편하게 지내니까 이불 속에 같이 누워서 듣기도 하고,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어르신들이랑 한 공간에서 편하게 있다 보면 그동안 내놓지 못했던 아픈 것도 내놔. 내가 마을을 안내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풍경과 이야기가 겹쳐져 있어. 그래서 그걸 들려주는 거야. 그분들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나하고 만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전달해서 뭔가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진짜 소중한 곳이다’라는 사실.
P. 88
학교 뒤편엔 무엇이 있을까? 육지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제주 사람이라면 쉽게 맞힐 수 있다. 정답은 귤밭. 그 시절 학생들은 다 같이 귤나무를 가꾸었단다. 귵밭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겨울이면 땅 위에 짚을 덮었는데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필요한 짚을 챙겨오도록 숙제를 내주었다. 부모님이 짚을 모아 어깨에 단단히 메주면 학생들은 그걸 등에 지고 등교를 했다.
P. 117
낯설던 거리가 익숙해질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이 있다. 숙소가 집이 되고 단골 식당이 생길 때 긴장이 풀리고 그때 비로소 새로운 결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는 그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니 한번 머물러 보기로 했다. 이 섬과 친해지고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P. 176
제주에 사는 일은 매일 푸른 바다를 만나고, 장엄한 한라산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 속에서 끝없이 4·3사건을 비롯한 근현대사를 마주하는 일이다. 도민들이
숨기지는 않지만, 굳이 드러내지도 않는 상처를 제주에 살며 조금씩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귀에 들리고 눈에 보였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갔고, 살피기 시작했다. 애틋한 마음으로 그 상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P. 270
우리는 제주를 여행할 때, ‘제주에서 뭐하지?’에 골몰한다.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을지만 생각한다. 잠깐 그 생각을 뒤로 하고, 관광지로만 바라보지 말고, 상상력을 가지고 제주도를 마주하면 어떨까. ‘제주를 어떻게 여행하지?’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이 그 생각의 곁을 지킬 수 있다면 기쁘겠다.
차례
프롤로그
마을 삼촌들과 함께 걷고
상상하며 알게 된 제주
첫 번째 마을_이야기의 시작, 평대리
모든 마을은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_평대리를 읽어 주는, 부석희 삼춘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두 번째 마을_수산리와 수산리
사라지지 않는 마을
_수산리를 읽어 주는, 오은주 삼춘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세 번째 마을_우도와 가파도
섬 속의 섬, 밤과 아침 공기
_우도를 읽어 주는, 강윤희 삼촌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네 번째 마을_바다와 동굴을 품은 김녕마을
어두운 동굴의 끝을 찾아 나선, 꼬마 탐험대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다섯 번째 마을_모슬포에서 만난 아픔의 역사
평화의 섬 제주, 그 안의 눈물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여섯 번째 마을_제주 사람이 복작대는 곳, 원도심
우리, 성안에서 만날까?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그리고, 마을_나의 제주 마을
나는 어디 삼춘으로 나이 들게 될까?
_아끼는 제주 책방
에필로그
여행으로 시작해 삶으로 끝나는 길
제주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에게 건내는
진짜 제주의 이야기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
책소개
제주가 뻔하다고?
마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나서야 보이는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진짜 제주!
제주 마을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수집하여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평대 앞바다에 좌초된 에스파냐 상선에 얽힌 이야기, 횃불과 노끈을 들고 동굴 탐험에 나섰던 꼬마 탐험대의 모험, 500년 넘은 초등학교 담장의 역사, 여행자가 다 빠져나간 뒤의 우도 풍경 등 마을 사람들만 아는 아름답고 신비하고 흥미로운 제주 이야기를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등으로 사랑받는 정다운 작가가 다정한 목소리로 전해 준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박한 풍경도 마을 삼춘들에게 숨은 이야기를 듣고, 좋은 여행 친구와 수다 떨 듯 곱씹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진귀한 보물로 다가온다.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을 삼춘, 여행 친구와 함께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제주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정다운
2013년부터 제주에 살며 글을 쓰고 있다. 제주 이주민 인터뷰집 〈제주에서 뭐하고 살지?〉, 바르셀로나 생활기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남미 여행기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등을 썼다. 주변에서 작고 빛나는 것을 건져내어 살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주에 사는 동안 최대한 제주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여행자들이 제주를 한데 뭉뚱그려 납작하게 보기보다는 이곳에 사는 사람, 길 위에서 만나는 동물, 눈앞의 바다, 오름, 돌, 나무, 바람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며 제주의 행간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 리뷰
카페와 맛집, 바다와 오름만으로는 아쉽다면
제주 마을 길을 걸어야 한다!
제주는 독보적인 여행지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성한 즐길거리로 채워진,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고 머물고 살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식상하다, 비싸다, 불친절하다 등 냉소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주는 그 어느 곳보다 사랑과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는 뜨거운 섬이다.
그러나 사실 제주는 여행지이기 전에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생활의 공간이다. 오래 전부터 거친 자연 속에서 이웃과 서로 돕고 살아 온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이 이어온 독특한 문화와 크고 작은 이야기가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멋진 카페와 유명 맛집도 좋고 짙푸른 바다와 각양각색 오름도 좋지만, 이제 마을로 가 보자. 그렇다면 분명 제주를 보는 눈도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제주가 마을 길 곳곳에 숨어 있다.
제주 마을 구석구석에서 삼춘들과 수집한
신비롭고 아름답고 가슴 시린 진짜 제주 이야기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는 정다운 작가가 평대리, 우도, 수산리 등 마을 삼춘들과 함께 걷고 수집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제주는 이웃한 마을이라도 전혀 다른 환경과 생태,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 마을 삼춘들도 저마다 살피고 수집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제주, 그리고 마을에 대한 굳건한 애정이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곱게 모아서 여행자들에게 건넨다.
“처음 어르신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던 거야. 그래서 큰일 났다 했지. 빨리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고 만나기 시작했어. 나는 동네 어른들하고 편하게 지내니까 이불 속에 같이 누워서 듣기도 하고,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어르신들이랑 한 공간에서 편하게 있다 보면 그동안 내놓지 못했던 아픈 것도 내놔. 내가 마을을 안내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풍경과 이야기가 겹쳐져 있어. 그래서 그걸 들려주는 거야. 그분들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나하고 만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전달해서 뭔가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진짜 소중한 곳이다’라는 사실.”-책 속에서
평대리 부석희 삼춘은 연세 많은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희미해진 침몰한 보물선 이야기, 마을에 사셨던 하르방 삼총사 이야기 등 잊혀지는 기억을 찾아내고 사라지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스스로를 수산리가 키워줬다 말하는 오은주 삼춘은 수산리의 수산초등학교의 500년 넘은 담장과 구슬잣밤나무에 얽힌 옛 풍경, 제주 제2공항이 생기면 사라질 운명에 놓인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들을 보여준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끊긴 뒤 바람을 안고 오르는 우도봉, 계절마다 달라지는 바닷속 풍경 등 강은희 삼춘 덕분에 발견한 우도 풍경은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또 다르다. 김녕마을의 만장굴이 발견되기까지의 모험담, 일제강점기, 4·3사건, 한국전쟁 등 가슴 시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모슬포의 역사 등 제주 여행자라면 한 번쯤 가 보았을 마을에 숨겨진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이야기들이 빼곡한 <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와 함께라면 제주를 여러 번 방문했던 여행자, 혹은 제주에 살거나 제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낯선 시선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정한 목소리, 상상하게 만드는 글
이것은 사랑, 분명한 사랑
책을 쓴 정다운 작가는 제주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삼춘들과 마을 길을 걷고 취재하며 제주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존재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사랑이라 이야기한다.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전해주는, 제주에 살면서도 여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은 정다운 작가의 다정한 글 덕분에 제주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풍경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자꾸만 상상하게 만드는 글을 함께 걷는 듯 읽다 보면 제주와 스미듯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새 발걸음이 제주로 향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게 사랑의 시작인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다 알 것 같고, 알게 된 것 같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나와 아주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가 낯설어진다. 그 낯섦을 다시 친숙함으로 바꾸는 과정이 사랑이고, 낯섦을 극복해야 사랑은 오래간다.” –책 속에서
책 속에서
P. 10
오래 걸렸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진짜 제주를 조금 알 것 같다. 제주는 맛집과 카페와 관광지들이 점점이 모여 있는 섬이 아닌 사람과 자연과 이야기, 아름다움과 아픔이 얽혀 어우러진 섬이다. 삼춘들과 함께 마을을 걷는 동안 점과 점 사이에 진한 선이 생겼고, 선이 면이 되었다. 제주의 점선면을 담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삼춘들과 함께 썼다.
P. 37
부석희 삼춘을 만나고, 함께 평대리를 걸으며 처음 걷는 골목을 만났고, 처음 듣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삼춘과 평대리를 걸은 후, 다시 혼자 평대리를 걸으니 내가 알던 작은 마을 평대리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친해진 것 같냐 하면, 사실은 좀 낯설다.
나는 이게 사랑의 시작인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다 알 것 같고, 알게 된 것 같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나와 아주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가 낯설어진다. 그 낯섦을 다시 친숙함으로 바꾸는 과정이 사랑이고, 낯섦을 극복해야 사랑은 오래간다.
P. 64
처음 어르신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던 거야. 그래서 큰일 났다 했지. 빨리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고 만나기 시작했어. 나는 동네 어른들하고 편하게 지내니까 이불 속에 같이 누워서 듣기도 하고,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염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어르신들이랑 한 공간에서 편하게 있다 보면 그동안 내놓지 못했던 아픈 것도 내놔. 내가 마을을 안내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풍경과 이야기가 겹쳐져 있어. 그래서 그걸 들려주는 거야. 그분들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나하고 만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전달해서 뭔가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진짜 소중한 곳이다’라는 사실.
P. 88
학교 뒤편엔 무엇이 있을까? 육지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제주 사람이라면 쉽게 맞힐 수 있다. 정답은 귤밭. 그 시절 학생들은 다 같이 귤나무를 가꾸었단다. 귵밭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겨울이면 땅 위에 짚을 덮었는데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필요한 짚을 챙겨오도록 숙제를 내주었다. 부모님이 짚을 모아 어깨에 단단히 메주면 학생들은 그걸 등에 지고 등교를 했다.
P. 117
낯설던 거리가 익숙해질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이 있다. 숙소가 집이 되고 단골 식당이 생길 때 긴장이 풀리고 그때 비로소 새로운 결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는 그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니 한번 머물러 보기로 했다. 이 섬과 친해지고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P. 176
제주에 사는 일은 매일 푸른 바다를 만나고, 장엄한 한라산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 속에서 끝없이 4·3사건을 비롯한 근현대사를 마주하는 일이다. 도민들이
숨기지는 않지만, 굳이 드러내지도 않는 상처를 제주에 살며 조금씩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귀에 들리고 눈에 보였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갔고, 살피기 시작했다. 애틋한 마음으로 그 상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P. 270
우리는 제주를 여행할 때, ‘제주에서 뭐하지?’에 골몰한다.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을지만 생각한다. 잠깐 그 생각을 뒤로 하고, 관광지로만 바라보지 말고, 상상력을 가지고 제주도를 마주하면 어떨까. ‘제주를 어떻게 여행하지?’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이 그 생각의 곁을 지킬 수 있다면 기쁘겠다.
차례
프롤로그
마을 삼촌들과 함께 걷고
상상하며 알게 된 제주
첫 번째 마을_이야기의 시작, 평대리
모든 마을은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_평대리를 읽어 주는, 부석희 삼춘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두 번째 마을_수산리와 수산리
사라지지 않는 마을
_수산리를 읽어 주는, 오은주 삼춘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세 번째 마을_우도와 가파도
섬 속의 섬, 밤과 아침 공기
_우도를 읽어 주는, 강윤희 삼촌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네 번째 마을_바다와 동굴을 품은 김녕마을
어두운 동굴의 끝을 찾아 나선, 꼬마 탐험대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다섯 번째 마을_모슬포에서 만난 아픔의 역사
평화의 섬 제주, 그 안의 눈물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여섯 번째 마을_제주 사람이 복작대는 곳, 원도심
우리, 성안에서 만날까?
_아끼는 마을 공간과 책방
그리고, 마을_나의 제주 마을
나는 어디 삼춘으로 나이 들게 될까?
_아끼는 제주 책방
에필로그
여행으로 시작해 삶으로 끝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