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nal Story

남해의봄날 새소식,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역에서 출판하기 2



첫 책을 출간하고, 지난 두 달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난 여름, <안철수의 생각>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올림픽과 여름휴가로 사람들의 마음이 열 살 소녀의 평범한 이야기에 주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기에 <행복한 열 살 지원이의 영어 동화>는 세상과 만났다. 험난한 첫 신고식이었지만 작지만 평범한 열 살 소녀의 이야기, 남해의봄날이 만든 첫 책이 남긴 기록은 결코 작지 않다. 경향, 국민, 중앙, 조선, 소년조선, 한겨레 등 거의 전 매체에서 이 책을 집중 보도 했고, MBC 아침뉴스에도 잠깐 소개되었으며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대부분 서점에서도 MD추천도서로 선정되는 등 크고 작은 열매를 거뒀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커뮤니티를 통해 이어진 수많은 서평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작은 열매를 거둔 첫 책에서 두 번째 책으로
매일 밤 새로 올라온 서평을 읽으면서 웃고, 울고, 고심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고, 엄마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들은 이 땅의 교육에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으며 분명히 아이들의 미래에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란 믿음을 갖게 했다. 그래서 그 감사의 마음을 품고, 남해의봄날이 전한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작은 것들의 소중함, 그 특별한 가치였다. 아이들이 커서 그 꿈을 펼치고 인생을 담아낼 작은 회사들의 이야기, 다른 목소리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와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는 그렇게 첫 선을 보였다.

책 만드는 것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 유통도, 마케팅도, 물류 관리도 여전히 어렵고 실수투성이지만 내 친정이었던 디자인하우스를 비롯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출간된 두 권의 책은 기성세대의 위로와 독설의 대상이 되어온 청년세대가 사실은 더 배울 점이 많은, 당당한 청춘이라는 것과 그러한 꿈을 품었던 청년들이 스몰 비즈니스로 시작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일궈낸 두 이야기이다.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두 번의 작은 회사를 창업한 경험을 살려 내가 썼고, 이 작은 책들은 출간 열흘 만에 순수한 입소문만으로 예스24 취업도서 1위와 교보문고 디자인, 예술분야 2위를 기록하며 2쇄를 찍었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회사 열풍의 출발점은 바로 작은 책방이었다.

작은 책방에서 시작된 작은 회사 열풍
첫 책을 내면서 통영의 지역 서점을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통영의 작은 책방 사장님들은 통영에 출판사가 생겼다는 사실에 놀라고, 책을 들고 팔러 온 내게 “글을 쓸 줄 알면 차라리 작가로 살라”며 출판사의 어려움을 조언해주셨다. 그럼에도 따스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서점에 포스터까지 붙여 주시면서 우리 책을 가장 좋은 자리에 놓아주셨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충무도서와 강남서적 두 곳에 입고된 우리 첫 책은 지역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직접 출판을 해보니 출판계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하나둘 사라져가는 작은 서점들과 도매상 소식이 연일 뉴스 지면을 채우며 출판의 위기를 전한다. 책방에서 종이 냄새를 맡고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두근대던 그 기억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주려면 지역의 작은 서점을 살려야 하고, 그래야 작은 출판사도 든든한 동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우리 책을 제일 먼저 입고한 곳은 첫 회사를 낳고 키운 홍대 앞 작은 동네서점 땡스북스였다. 대형 온오프서점보다 사흘 일찍 넣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 책을 구할 수 있는 첫 책방으로 소문이 난 그곳은 매일 두 책이 열 권 넘게 팔리며 서점이 생긴 이래 최고의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다음 신간이 기대되는 회사
첫 책만큼이나 이 두 책들도 앞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겠지만 추석을 전후로 보름의 긴 서울 출장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두 번째 책을 들고 나타난 시골 출판사 대표를 향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였다. 책 한 권 내고 문을 닫는 출판사도 많다며 처음 계약을 하러 다닐 때 냉담하게 대하던 사람들이 두 달 만에 한 권은 쓰고, 한 권은 만들어서 책 두 권을 들고 나타나자 그들의 시선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어떤 MD분의 인사는 나를 설레게 하기까지 했다.

“다음 신간도 기대되네요.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이제 걸음마를 뗀 작은 출판사 사장에게 멀리서 오가느라 고생한다고 따뜻한 덕담을 던져 주는 것임을 알면서도 역시 사람은 칭찬에 약한 탓인지 그 말이 싫지 않았고, 오랜 출장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때론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많아 통영에서 출판업을 하는 것의 지속가능성에 스스로 의문을 품고, 용기가 꺾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을 주는 주위 분들의 응원에 또 하루의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함께 보면 더 좋은 두 권의 책
이번에 낸 책 중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는 내가 쓴 책으로, 두 번의 창업 경험을 살려 청년 창업가들에게 도전을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기획이었다. 책을 만드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단 것을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고,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꼬박 4개월을 주말마다 회사에 나와 원고를 썼다. 디자인하우스와 계약을 하고, 기획과 취재, 원고 작성에 편집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이 책을 만들면서 작은 회사 직원들의 이야기를 같이 내게 된 것은 사실 출판 기획회의에서 우리 회사의 장혜원 팀장이 던진 좋은 제목 한 줄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이 책 제목 어때요?”

이번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중에 제목이 가장 끌린다는 이야기가 많았을 만큼 지대한 공을 세운 이 한 마디가 기획의 단초가 되어 내 책과 하나의 지향점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같으면서 다른 이야기, 직원과 사장님들의 소통의 매개가 된 작은 회사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남해의봄날 사장과 직원의 생각이 만나 다시 두 개의 이야기로 세상에 태어난 이 두 책은 그래서 함께 보면 더 좋은 책이다. 소통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은 회사에서 사장은 직원의 마음을, 직원은 사장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 권밖에 안 산 분들은 두 권 같이 구입하시라는 뜻. 이란성 쌍둥이라 해도 같이 자라야 하는 것이니 지금 바로 서점으로 고고하시길! ^-^

(지역에서 출판하기 세 번째 이야기는 겨울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글/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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