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을 열심히 달리면 도착하는 남해안의 작은 도시 통영. 이곳에서 출판사를 차린 지 이제 만 2년이 넘었다. 처음엔 무모하게 바라보던 주위의 시선들도 이제는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실 나조차도 내 선택에 확신을 하지 못했었다. 두려움으로 방황하던 시절, 그런 나를 붙들어 준 큰 어른을 만났다. 2011년 어느 늦여름, 인사동에서였다.
조건 없는 믿음으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
그 분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인권, 평화연대활동가로 저명한 분이었고, 당시 제네바에 있는 팍스 로마나(ICMICA)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계셨다. 25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싸우고, 함께 살아온 사람 로렌스 곽(Laurence Kwark), 한국 이름은 곽은경이었다. 잠시 귀국하셨을 때 그 분의 절친인 백창화 작가의 소개로 처음 만난 날, 나는 잔뜩 긴장을 했다. 고속버스 타고 올라온 시골 출판사의 초보사장에게 서울의 거대한 밤공기는 더 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앞으로 은영 씨는 어떤 책을 만들 건가요?”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그때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래서 간절한 열망이 되어버린 나의 작은 꿈을 이야기했다. 세상에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 대열에 나까지 들어설 필요가 있는지 오래 고민했지만 모두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좀 다른 가치를 위해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삶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작았던 나는 어느새 조금씩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의 한 마디가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
“네. 좋네요. 저도 한 몫 거들어야겠군요.”
간결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그 분이 날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인상은 푸근하고, 자상하지만 눈빛은 강렬하게 살아있었고, 치열한 삶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내로라하는 출판사들도 마다하고, 책 한 권도 내지 않은 시골 출판사 사장의 말을 믿고 기꺼이 내 손을 잡아준 그 분 덕분에 나는 넘어지고 약해질 때마다 그때의 초심을 놓지 않으려고 단단히 붙들곤 한다. 그리고 그 분의 책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나는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조건 없는 믿음이란 것을 깨닫는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보고 기꺼이 어리고 약한 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 곽은경, 그는 그런 사람이다.

제작기간 2년, 많은 이들의 노력을 담은 책
그리고 석 달 후 파리로 건너가 나는 그 분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났고, 그때부터 만 2년 동안 수십 통의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책의 방향성을 기획하고, 고민하며, 그렇게 그 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울과 파리, 인터라켄, 제네바를 오가며 함께 글을 쓴 백창화 작가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때 기자 생활을 지냈지만 이제는 영어와 불어가 모국어보다 더 익숙한 그의 글을 같이 다듬고, 자신의 삶까지 녹여낸 그의 오랜 벗, 백창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곽은경의 삶을 따스하게 감싸안고, 독자의 시선을 부드럽게 리드한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_로렌스 곽, 평화를 만드는 사람> 올해 우리의 최고의 기대작이 출간된 지 이제 만 2주가 되었다. 준비기간은 2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두 명의 저자들은 서울과 제네바, 파리, 인터라켄에 이어 괴산과 통영을 오가며 2년의 시간 동안 길고 긴 작업 끝에 책을 완성했고, 저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편집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원고와 씨름하고, 편집, 디자인, 그리고 사진에 공을 들였다. 마지막 출간 일정이 긴박하게 다가오면서 표지 촬영을 위해 프랑스 현지 사진가를 급히 섭외하여 파리 곳곳의 골목길을 누비며 촬영에 임한 저자와 사진가 모두 힘든 일정을 소화했고, 디자이너 역시 수차례에 걸친 표지 작업과 본문 수정을 감내하며 책을 완성했다.
우리처럼 작고 작은, 변방의 출판사에서 이처럼 훌륭한 분의 책을 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 2013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또 다시 이런 분의 책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한 사람의 25년의 삶이 주는 무게감, 무엇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온 국제연대활동가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때론 가슴 조리고, 때론 가슴 저릿하게 우리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바라보았다. 인권이나 연대, 이런 단어가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념의 잣대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사실 인권은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생명을 가진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권리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삶의 진정성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책 출간 직후 한국에 들어오신 곽은경 선생님은 바쁜 일정 속에 많은 언론 인터뷰와 지인분들과의 만남을 가지셨는데 사실 국제무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분이라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전 세계를 목숨 걸고 다니녔는데 기사나 사진 촬영, 인터뷰를 어찌 했겠는가.) 네이버, 다음 인물 검색 등록도 거부당했고, 책 출간 전 그 분을 소개한 신문을 제작하여 신문, 방송 등 언론사에 배포하였지만 반응은 기대한 만큼 크지 않았다. 책 출간에 맞춰 전 세계 NGO단체장과 국제기구 등에서 추천사가 글과 동영상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 분의 유명세와 그간 살아온 삶의 진정성을 피부로 실감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가 평생 이방인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것처럼, 그의 고국 한국 역시 그에게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나둘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한겨레 신문 1면과 22면 거의 전면에 이 분의 삶과 책이 대서특필되었고, 그 날 이후 언론의 인터뷰와 관심이 쏟아지면서 우리 책 역시 각 서점 베스트로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이 분의 25년 삶을 읽고 받은 감동을 전하는 독자들의 메일이 날마다 출판사로 전해지고 있다.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이웃의 삶은 변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더 높이 날고, 더 화려하게 살고, 더 많은 것을 가지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큰 도시,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도시, 작은 회사가 주는 가치와 즐거움을 우리는 실전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평생 낮은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해온 곽은경의 삶을 통해 미국과 유럽, 선진국만이 아니라 작은 나라, 힘없고 약한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 주는 도전에 대해서 배우고 가슴에 깊이 새겼다. 그가 25년간 전 세계 100개국에서 목도한 지구촌의 슬픈 역사들은 한국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친구의 시선을 통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 소설처럼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그 삶을 꼭 알아야만 하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그들의 삶은 더 참혹해진다. 우리가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지구촌 우리 이웃의 삶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음을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한다.”
글/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을 열심히 달리면 도착하는 남해안의 작은 도시 통영. 이곳에서 출판사를 차린 지 이제 만 2년이 넘었다. 처음엔 무모하게 바라보던 주위의 시선들도 이제는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실 나조차도 내 선택에 확신을 하지 못했었다. 두려움으로 방황하던 시절, 그런 나를 붙들어 준 큰 어른을 만났다. 2011년 어느 늦여름, 인사동에서였다.
조건 없는 믿음으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
그 분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인권, 평화연대활동가로 저명한 분이었고, 당시 제네바에 있는 팍스 로마나(ICMICA)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계셨다. 25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싸우고, 함께 살아온 사람 로렌스 곽(Laurence Kwark), 한국 이름은 곽은경이었다. 잠시 귀국하셨을 때 그 분의 절친인 백창화 작가의 소개로 처음 만난 날, 나는 잔뜩 긴장을 했다. 고속버스 타고 올라온 시골 출판사의 초보사장에게 서울의 거대한 밤공기는 더 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앞으로 은영 씨는 어떤 책을 만들 건가요?”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그때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래서 간절한 열망이 되어버린 나의 작은 꿈을 이야기했다. 세상에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 대열에 나까지 들어설 필요가 있는지 오래 고민했지만 모두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좀 다른 가치를 위해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삶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작았던 나는 어느새 조금씩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의 한 마디가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
“네. 좋네요. 저도 한 몫 거들어야겠군요.”
간결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그 분이 날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인상은 푸근하고, 자상하지만 눈빛은 강렬하게 살아있었고, 치열한 삶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내로라하는 출판사들도 마다하고, 책 한 권도 내지 않은 시골 출판사 사장의 말을 믿고 기꺼이 내 손을 잡아준 그 분 덕분에 나는 넘어지고 약해질 때마다 그때의 초심을 놓지 않으려고 단단히 붙들곤 한다. 그리고 그 분의 책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나는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조건 없는 믿음이란 것을 깨닫는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보고 기꺼이 어리고 약한 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 곽은경, 그는 그런 사람이다.
제작기간 2년, 많은 이들의 노력을 담은 책
그리고 석 달 후 파리로 건너가 나는 그 분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났고, 그때부터 만 2년 동안 수십 통의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책의 방향성을 기획하고, 고민하며, 그렇게 그 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울과 파리, 인터라켄, 제네바를 오가며 함께 글을 쓴 백창화 작가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때 기자 생활을 지냈지만 이제는 영어와 불어가 모국어보다 더 익숙한 그의 글을 같이 다듬고, 자신의 삶까지 녹여낸 그의 오랜 벗, 백창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곽은경의 삶을 따스하게 감싸안고, 독자의 시선을 부드럽게 리드한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_로렌스 곽, 평화를 만드는 사람> 올해 우리의 최고의 기대작이 출간된 지 이제 만 2주가 되었다. 준비기간은 2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두 명의 저자들은 서울과 제네바, 파리, 인터라켄에 이어 괴산과 통영을 오가며 2년의 시간 동안 길고 긴 작업 끝에 책을 완성했고, 저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편집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원고와 씨름하고, 편집, 디자인, 그리고 사진에 공을 들였다. 마지막 출간 일정이 긴박하게 다가오면서 표지 촬영을 위해 프랑스 현지 사진가를 급히 섭외하여 파리 곳곳의 골목길을 누비며 촬영에 임한 저자와 사진가 모두 힘든 일정을 소화했고, 디자이너 역시 수차례에 걸친 표지 작업과 본문 수정을 감내하며 책을 완성했다.
우리처럼 작고 작은, 변방의 출판사에서 이처럼 훌륭한 분의 책을 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 2013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또 다시 이런 분의 책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한 사람의 25년의 삶이 주는 무게감, 무엇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온 국제연대활동가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때론 가슴 조리고, 때론 가슴 저릿하게 우리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바라보았다. 인권이나 연대, 이런 단어가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념의 잣대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사실 인권은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생명을 가진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권리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삶의 진정성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책 출간 직후 한국에 들어오신 곽은경 선생님은 바쁜 일정 속에 많은 언론 인터뷰와 지인분들과의 만남을 가지셨는데 사실 국제무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분이라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전 세계를 목숨 걸고 다니녔는데 기사나 사진 촬영, 인터뷰를 어찌 했겠는가.) 네이버, 다음 인물 검색 등록도 거부당했고, 책 출간 전 그 분을 소개한 신문을 제작하여 신문, 방송 등 언론사에 배포하였지만 반응은 기대한 만큼 크지 않았다. 책 출간에 맞춰 전 세계 NGO단체장과 국제기구 등에서 추천사가 글과 동영상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 분의 유명세와 그간 살아온 삶의 진정성을 피부로 실감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가 평생 이방인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것처럼, 그의 고국 한국 역시 그에게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나둘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한겨레 신문 1면과 22면 거의 전면에 이 분의 삶과 책이 대서특필되었고, 그 날 이후 언론의 인터뷰와 관심이 쏟아지면서 우리 책 역시 각 서점 베스트로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이 분의 25년 삶을 읽고 받은 감동을 전하는 독자들의 메일이 날마다 출판사로 전해지고 있다.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이웃의 삶은 변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더 높이 날고, 더 화려하게 살고, 더 많은 것을 가지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큰 도시,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도시, 작은 회사가 주는 가치와 즐거움을 우리는 실전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평생 낮은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해온 곽은경의 삶을 통해 미국과 유럽, 선진국만이 아니라 작은 나라, 힘없고 약한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 주는 도전에 대해서 배우고 가슴에 깊이 새겼다. 그가 25년간 전 세계 100개국에서 목도한 지구촌의 슬픈 역사들은 한국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친구의 시선을 통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 소설처럼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그 삶을 꼭 알아야만 하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그들의 삶은 더 참혹해진다. 우리가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지구촌 우리 이웃의 삶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음을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한다.”
글/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